기존업체 인수시 증차 제한 없어져 형평성 상실…정부 부처간에도 이견

[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지난해 10월 농협중앙회가 택배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후 기존 택배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 택배업체들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적용받는데 비해 농협은 ‘농협법’이 적용돼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에 이르는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 CJ대한통운이 37%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으며 현대 로지스틱스 13%, 한진 11%, 우체국 10% 등이 뒤를 이었다.

농협은 지난해 10월 농민들의 편의와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택배업에 진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우체국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 토·일요일 택배 업무를 중단하면서 농민들이 취급하는 농산물 유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 택배업계 진출 시 기존 택배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택배업체 연합회인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농협의 이같은 택배업 사업 진출 구상에 강하게 반발했다. 택배시장 과열 경쟁이 결국 택배 단가 인하 문제 등으로 이어져 업계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실제로 우체국이 택배사업에 진출한 뒤 건당 약 5000원이었던 택배비용이 절반 수준인 2500원으로 급락하며 택배시장 판도가 요동쳤다.

농협보다 먼저 택배시장에 진출한 우체국은 ‘우편법’이 적용돼 일반 택배업체보다 증차가 자유로워 불공정하다는 업계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기존 업체가 농협의 택배업 진출을 반대하는 이유도 농협 역시 농협법을 적용한다면 증차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농협법 제12조에 '조합과 중앙회의 사업에 대하여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6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6조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그 자동차의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증차제한 조항인 운수사업법 제56조가 농협법 12조에 의해 배제가 돼버린 것으로 이 법에 의해 농협은 자체 자가 화물차를 택배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일반 택배업체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적용돼 차량 증차에 제한이 있다. 해당 법에는 '화물운송용으로 차량을 사용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업체 마음대로 차량을 증차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농협이 기존 자가 화물차가 아닌, 택배업체를 인수할 경우에도 ‘농협법 제12조'를 적용,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6조'를 배제할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는 각기 다른 입장을 보였다.

농림부 농업금융정책과 정미영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화물자동차와 관련된 것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먼저 준수되는 게 맞지만 농협법 제12조 내용에 따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56조와 관련된 것은 농협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기존 택배업체를 인수하더라도 농협법이 우선 적용됨으로써 증차에 제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나민희 사무관은 “우체국의 경우 별도 내용이 명시된 법이 마련돼 있는데 농협 택배와 관련해서는 농협 측이 기존 자가 화물차가 아닌, 기존 택배업체를 인수할 경우의 화물차에 대해선 농협법 제12조가 적용될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협의 특정사업을 위해서 56조와 같은 내용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지 택배사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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