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토요타는 만화 '이니셜D'에 등장하는 'AE 86'의 뒤를 잇는 후륜구동 스포츠카 '86'의 시승행사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F1 서킷)에서 개최했다.
 
토요타는 지난 5월24일부터 6월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2 부산모터쇼'에서 '86'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타다 테츠야 토요타 수석 엔지니어는 이날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이 성숙해 다양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각사의 스포츠카 생산은 점차 감소돼 토요타 스포츠카의 역사도 2007년 MR-S의 생산 종료로 중단됐었다"며 "86은 운전하는 즐거움과 매력적인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86은 토요타 스포츠카 '800' 전통의 레이아웃을 계승했고, '2000GT'의 사이드 윈도우 그래픽과 리어 펜더 주위 실루엣 등을 이어 대중적인 매력을 지닌 스포츠카 디자인이 적용됐다.
 
차체는 전장 4240㎜, 전폭 1775㎜, 전고 1425㎜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차량 앞쪽에 위치한 엔진도 슈퍼 스포츠카에 필적하는 저중심 설계 중심고인 460㎜ 높이에 위치해 있다. 이는 차량이 달릴 때 작용하는 관성력을 낮추기 위함이다. 
 
여기에 86은 전후 무게배분을 53대47로 맞췄다. 차량의 무게 중심은 우수한 운동 성능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또 하나의 결정적 요소다. 차체의 상하 움직임, 좌우 요동, 그리고 한쪽으로 흔들리는 것은 모두 차량 무게 중심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흔히 스포츠카의 전후 무게 중심이 50대50으로 맞춰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무게 배분이 같을수록 운전자의 차량 제어력은 높아진다.
 
하지만 이는 엔진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공차 중량은 어떻게 되는지, 최고출력이 어떤지 등에 따라 배분의 황금비율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를 최대한 적절하게 맞추는 것은 기술력에 달린 셈이다.
 
토요타는 지금까지 쌓인 노하우와 세계 최대의 난관이라 불리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등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200마력의 소형 FR(엔진이 앞에 위치) 스포츠카의 이상적인 전후 무게배분은 53대47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86을 보고 특이했던 점은 루프 중앙부에 있던 굴곡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앞쪽에서 뒤쪽으로 넓어져 단차가 강한 형상으로 되어있다. 다운포스(차량이 뜨지 않도록 노면에 밀착시키는 힘)하는 얇은 재료로도 철판의 강성을 높이고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유도하기 위해 탑재했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86은 스바루와 공동으로 개발한 배기량 1998㏄의 가솔린 4기통 수평대향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03마력(7000rpm), 최대토크 20.9㎏·m(6400~6600rpm)을 발휘한다. 연비는 6단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11.8㎞/ℓ,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1.6㎞/ℓ다.
 
스펙으로만 보면 타사에서 내놓은 스포츠카에 비하기엔 그다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자동차를 제원 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다. 같은 제원을 가진 차량이라도 실제로 운전자가 받는 느낌은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시승코스인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5.615㎞ 길이의 주행코스로 1.2㎞의 직선 주로와 피니시라인만이 고속 주행할 수 있는 곳이다. 나머지는 크고 작은 커브의 연속이다.
 
86의 인테리어에서는 스포츠카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버킷 시트, 프레임이 없는 스타일리시한 룸미러 등이 눈이 띄였다.
 
영암 서킷을 6바퀴 돌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점은 그야말로 운전하기 '재미있는' 차량이었다는 것. 200마력의 최고출력에도 가속력은 상당한 편이었다.
 
차량 내에서 들리는 엔진음은 일품이었다. 포르쉐나 고가의 스포츠카의 그것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운전을 하면서 엔진의 상태를 느낄 수 있는 일체감이 운전에 더 재미를 줬다. 
 
또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상당히 뛰어났다. 공도 상에서 운전을 한다면 빠르게 이동하면서 차선을 바꾸는 일명 '칼치기'도 손쉬울 것으로 예상됐다. 
 
지그재그 코스로 진입해 운전대를 좌우로 급하게 꺾어도 차체 중심이 단단하게 잡혀있었다. 밖에서 주행모습을 지켜봐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코너를 도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속에서 급격한 헤어핀 코너를 돌자 언더스티어(뒷바퀴가 미끄러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비가 와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해 후륜구동 차량의 단점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86의 높은 차량 제어력으로 쉽게 컨트롤이 가능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내비게이션의 없었다는 것. 아무리 타는 즐거움으로 소유하는 스포츠카로 개발됐지만 요즘 시대에 내비게이션 등의 편의사양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차량 가격은 3890만원(수동변속기), 4690만원(자동변속기)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토이카로 유명한 미니와 가격은 비슷하면서도 훨씬 실용적이다. 이번 86의 출시로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폭스바겐 골프 GTI, 미니 쿠퍼 S 등 다양한 차량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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