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전자제품 등 실감나는 고증 '눈길'…30년 이상 장수제품 재조명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1980년대 중후반을 모티브로 한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속 ‘추억의 제품들’도 덩달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당시 패션을 비롯해 먹거리와 전자제품 등 드라마에 노출되는 제품 및 브랜드 하나하나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소비자들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노출되는 제품들은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는 장수제품인 경우가 많아 식·음료업체들은 미처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엄마는 300원 딸은 1,200원…그래도 같은 ‘월드콘세대’

<응답하라 1988>에는 주류부터 음료, 스낵, 아이스크림까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주전부리가 특히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 덕선(혜리 분)은 극 중에서 잘난 언니와 아들 막내 사이에 끼어 둘째로서 겪는 서러움이 자주 표현되는데 그 중 결정적인 한 장면에 바로 롯데제과 ‘월드콘’이 등장한다.

   
▲ 롯데제과 '월드콘'

1986년 태어난 롯데제과 장수제품 월드콘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빙과시장에서 전체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대단한 인기를 구가 중이다.

월드콘으로 마음 상한 덕선을 달래기 위해 아빠(성동일 분)가 내민 것은 온 가족이 함께 나눠먹는 아이스크림의 대명사 빙그레 ‘투게더’다.

투게더는 빙그레가 1974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생우유 100% 아이스크림이다. 당시 설탕물에 색소를 넣어 얼린 ‘께끼’가 주를 이루던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 정통 아이스크림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된다.

▶추억의 음료들…“싸랑해요 밀키스”

극 중 선우(고경표 분)의 엄마는 자식들에게 바나나를 먹이고 싶지만 당시 바나나는 낱개 1개에 2,000~3,000원 할 만큼 엄청난 고급과일이었기 때문에 결국 바나나 대신 바나나맛우유를 아이들에게 사준다.

   
▲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1970년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과일인 바나나를 이용한 우유를 만들자는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지금도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8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보적 존재다.

덕선과 동룡(‘이동휘’ 분)이 수학여행지에서 같이 마시는 ‘밀키스’는 코카콜라 `암바사‘의 대항마로 롯데칠성음료에서 1989년 선보인 제품이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등장해 '싸랑해요 밀키스~'라고 외친 밀키스 광고는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 하이트진로 '크라운맥주', '진로소주'

업체 측의 협조로 1980년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인기 주류 ‘크라운맥주’와 ‘진로소주’의 당시 모습 역시 그대로 재현됐다.

크라운맥주는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가 1952년 출시한 국내 대표 맥주로 1993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가 22년 만에 한정판으로 다시 부활했다. 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 당시의 맥주 주질과 제품 포장을 최대한 살린 해당 제품은 마침 <응답하라 1988> 방영 시기와 맞아 떨어지며 뜻밖의 홍보효과를 얻게 됐다.

▶2015년, 혜리가 재현하는 ‘가나초코릿’ TV광고

대입학력고사 6수생 정봉(‘안재홍’ 분)이 즐겨먹는 ‘치토스’는 울퉁불퉁한 방망이 모양에 짭조름한 맛으로 중독성이 강한 과자류다.

미국 스낵업체 프리토레이와 국내 업체 오리온이 합작해 1948년 처음 출시됐다. 그러나 2004년 비싼 로열티를 감당할 수 없어 잠시 단종되는 시련이 있었다.

2006년부터 롯데제과가 새로운 주인 자리를 차지해 치토스를 판매 중이다. 고로 엄밀히 따지자면 정봉이가 먹고 있는 치토스는 오리온 치토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치토스는 롯데제과 치토스라고 볼 수 있다.

   
▲ 롯데제과 '가나초콜릿'

이 밖에도 덕선의 꿈 속에 1980년대 당시 영화배우 이미연이 모델이었던 가나초콜릿의 TV 광고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배우 이미연은 현재 덕선의 성인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롯데제과는 가나초콜릿 광고모델로 혜리를 발탁하면서 혜리가 재현하는 80년대 콘셉트의 가나초콜릿 TV광고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마이마이가 뭐지?” 그 시절 10대만 아는 핫 아이템

<응답하라 1988>에는 지금의 10대들에게는 낯설고 생소할지 몰라도 그 시절 10대였던 지금의 30~40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추억의 제품들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덕선이 수학여행 장기자랑 1등 자리를 노리며 맹렬히 춤 연습을 하는 까닭은 상품으로 걸려있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마이마이’를 위해서다. 당시 일본 소니의 워크맨, 삼성전자의 마이마이, LG전자(당시 금성)의 아하가 주름 잡았다. 

현재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는 MP3 플레이어 시대를 지나 스마트폰으로 흐름이 이동하면서 추억 속 골동품이 됐다.

   
▲ 현대자동차 '포니2'

드라마 속 정환(류준열 분)네 집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포니2'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4년 독자 개발한 최초의 국산자동차 모델인 ‘포니’는 한국자동차산업의 ‘조상’으로 볼 수 있는 기념비적 자동차다. 

1980년 450원에 출시된 KT&G(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 ‘솔’은 고급담배로 통하며 1982∼1986년까지 시장점유율 60%를 차지, 연 20억 갑이 팔릴 만큼 ‘국민담배’로서 인기를 모았다. 이후 채산성이 악화돼 지난 2005년 25년 역사를 마감했다.

덕선이 수학여행 준비물로 챙겨가는 ‘아모레 치약’은 대한민국 화장품업계 부동의 1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 시절 나왔던 제품이다. 1950년대 LG생활건강(당시 '락희화학')이 출시한 한국 최초의 튜브형 크림 치약 '럭키 치약'과 함께 국산 치약 시대를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응답하라 1988>에서는 그 시절 다양한 제품들에 대한 고증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있다보니 30년 넘게 이어온 장수제품들은 젊은 친구들에게도 다시 재조명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