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필자는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평점은 더욱 그렇고 리뷰 역시 믿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소재가 무엇이며, 누가 찍었고, 누가 출연했는지 정도는 알고 영화를 관람한다.

영화관을 찾기 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아보면 그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거의 죽다 살아날 정도의 극한의 연기를 펼친 디카프리오, 인생연기를 통해 이번 영화로 아카데미를 탈지도 모르는 디카프리오 등등.

필자도 부정하지 않는다. 디카프리오의 영화는 실패 확률이 적다는 것. 입장했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디카프리오는 안 죽는다

 

극한의 연기, 인생 연기를 펼쳤다던 디카프리오. 그만한 평을 내릴만 했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모피사냥꾼 ‘휴 글래스’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156분동안 시종일관 쫓긴다. 관객이 숨 쉴 틈도 주지 않는다.

극 초반부터 집채만한 회색곰과의 일대 사투를 벌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딸을 찾는 인디언 부족은 그의 뒤를 끊임없이 재촉한다.

상처를 치료하다가도 도망쳐야 했고, 한 겨울 강 속으로 몸을 던지고, 자다가도 말을 타고 도망쳐야 했다. 회색곰으로부터 입은 상처는 물론이고 추위와 배고픔까지 글래스를 덮친다. 정말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이런 악조건 중의 악조건들을 모조리 모아 놓은 극한 상황에서 글래스는 4,000km를 이동하는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황해>의 하정우,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베어그릴스, <정글의법칙> 김병만, 몽골제국의 황제 칭기스칸까지 아우르는 미국 출신 19세기형 능력자를 만나볼 수 있다.

어줍잖은 캠핑 이야기는 입 밖으로도 못 꺼낼 정도다.

▶19세기 미국 대륙의 날 것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 배경도 한 몫했지만 추격과 탈출이 주된 내용인 <레버넌트>에서 그리는 묘사들은 날 것 그대로를 잘 표현했다.

 

먼저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좀 꺼려지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어느 전쟁이 잔인하지 않겠냐마는 구식 총과 함께 칼과 화살이 주된 무기였던 <레버넌트> 속 전쟁터는 더 사실적인 느낌이다.

회색곰으로부터 갈기갈기 찢어진 글래스의 몸과 그것을 치료하는 장면들. 심지어 글래스는 마신 물이 목 부위의 상처로 새어나오자 상처 위에 불을 지펴 그 구멍을 막는다. 내 몸에 불이 닿은 것처럼 찌릿한다.

강에서 잡은 생선을 바로 입으로 뜯어먹는 장면이나, 동물의 간을 먹는 장면, 머리 가죽이 벗겨진 장면 등 날 것 그대로의 장면들이 많다.

라이브한 장면이 계속된다. 그것은 놀라울만큼 아름답게 재현된 19세기 미국 대륙이다.

 

마치 60년대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을 보여주면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레버넌트> 속 모습은 현재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화려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범접할 수 없는 장엄한 자연 경관들이 펼쳐진다.

드높은 산 아래 넓게 펼쳐진 눈밭을 혼자걷는 글래스를 보고 “이건 딱 봐도 CG겠네”했지만 이 곳은 실존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레버넌트>는 캐나다 ‘앨버타’,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등 대자연이 함께하는 촬영지에서 19세기 미국 대륙을 웅장하게 만들어냈다.

▶연기병 디카프리오 “아카데미 좀 줘”

이 영화를 보고난 한 지인은 “디카프리오도 연기병에 걸린 것 같다. 마치 김명민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찬사와 호평 속에 요즘 좋은 꿈만 꿀 것 같은 디카프리오와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치천재 정도전을 연기하고 있는 ‘연기의 신’ 김명민을 같은 선상에서 평가한 이유는 바로 연기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혜성처럼 등장한 디카프리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 명장들의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빼곡히 채워 넣는다.

 

게다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블러드 다이아몬드>, <에비에이터>등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려놓기만 하고 상은 주지 않자 그의 연기 욕심은 폭발 직전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연기의 신' 김명민의 경우에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잔뜩 힘이 들어간 눈과 특유의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들이 떠오르며 굉장히 빡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품 선택도, 연기도 굉장히 과잉됐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지인의 평가에 필자도 공감했다.

디카프리오와 김명민의 연기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연기에 대한 열망을 치켜세워주는 것이다.

어쨌든 디카프리오는 결국 아카데미에 또 다시 노미네이트 됐다. 2월 28일 그의 남우주연상 수상 소식을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 모험/드라마.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15세 관람가. 2016년 1월 14일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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