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바야흐로 ‘갑질 사회’다. 화가 난 ‘회장님’은 노트북을 던지고 기분이 상한 ‘고객’은 애꿎은 직원의 무릎을 꿇린다.

자연스럽게 흙수저·은수저·금수저 계급을 나누고 헬조선, N포세대, 열정페이 등 뼈 아픈 ‘신조어’들이 범람하고 있는 사회 속에 ‘갑질’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남양유업 ‘밀어내기’ 등 대기업 횡포 “기억하시나요?”

대기업들이 가맹점, 대리점, 하도급 업체들을 자행하는 불공정 행위와 거래는 우리 사회 고질병처럼 되풀이 되고 있는 갑의 횡포 중 하나다.

특히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건은 기업 전체의 위기를 가져올 만큼 파장이 컸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제품을 강매하며 폭언 및 욕설을 내뱉는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녹음파일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명 '밀어내기' 관행이 밖으로 드러났다.

2분 40초 분량의 녹음 파일에는 해당 영업직원이 대리점 업주에게 "죽여버리겠다", "(제품을) 버리던가", "'맞짱' 뜨려면 (회사로)들어오던가. XX야" 등 폭언을 퍼붓는 내용이 담겼다.

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기업 이미지는 곤두박질쳤고, 이는 곧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검찰 수사와 네티즌 불매운동 악재로 한바탕 곤혹을 치른 남양유업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실적은 어느 정도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여전히 기업 갑질의 대명사로 기억된다.

남양유업 사건 이후에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가맹점, 하도급 상대 갑질이 되풀이되면서 일방적 계약 해지부터 불공정 거래까지 업계 전반에 걸친 갑질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칼 끝이 제조·유통업계로 정조준 됐다. 

그러나 아직도 가맹점, 대리점, 하도급 업체를 향한 대기업 불공정 행위는 우리 사회에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가장 흔한 ‘갑질’의 단면이다.

▶”회장님은 못말려” 연도별 키워드로 보는 오너 갑질

최근에는 유명 대기업 오너들의 횡포와 갑질 논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속속 터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은 물론 해외까지 커다란 주목은 받았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행동은 오너 갑질의 대표 키워드가 됐다.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여객기 이륙 전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아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로 '땅콩회황', '땅콩부사장', ‘땅콩갑질’ 등 다양한 수식어를 양산했다.

2014년에 ‘땅콩회황’이 있다면 그 이전인 2013년에는 ‘라면상무’가 존재했다.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대한항공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가 '라면이 덜 익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으로 결국 회사에서 해임된 해당 상무가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최근 밝혀지면서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이 자기 분을 참지 못하고 남의 사유재산인 노트북을 던져 부숴버린 사건은 ‘현실 조태오’, ‘현실 베테랑’, ‘노트북 갑질’ 등으로 불린다.

강 부회장은 평소 자주 다니던 병원에 주차 등록을 하지 않은 차량을 타고 왔고, 주차 요원이 주차위반 경고장을 차량에 붙여 놓은 것을 보고 관리실 내 노트북을 던져 박살냈다. 당시 영화 <베테랑>이 흥행돌풍과 맞물려 망나니 재벌3세 조태오의 현실판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올해 가장 여론의 질타를 받은 갑질 사건은 대림산업의 이해욱 부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 위험운전을 강요한 사건이다.

이해욱 부해장은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것은 물론이고, ‘사이드 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등의 부당 지시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네티즌들은 대림산업 ‘e편한세상’ 브랜드를 풍자해 ‘e불편한세상’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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