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당류 저감 기조 불구 커피음료업계 역행…WHO 기준 초과 다수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대용량 컵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기준치 이상 당류가 함유된 제품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대용량 컵커피 '당류' 콜라·사이다 ‘훌쩍’

컨슈머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중 판매되는 대용량 컵커피 속 당류 함량이 오히려 탄산음료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50ml 이상 대용량 컵커피 제품 중 당류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은 동원F&B의 ‘덴마크 커핑로드’로 나타났다. 덴마크 커핑로드 카페봉봉이 37g, 파리제 34g, 비너멜랑쉬 31g으로 모두 당 함량이 30g 선을 웃돌았다.

   
▲ 시중 컵커피 제품 용량·당류 비교

이는 각설탕 10개가 들어간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동원F&B의 250ml 제품인 ‘덴마크 갤러리카페 카라멜마끼아또’의 당 함량이 19g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제품의 용량은 20% 늘어난 데 비해 당류 함유량은 60~90%가량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동후디스 ‘앤업카페 300 모카텀블러’ 역시 당 함량이 30g으로 조사 제품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앤업카페 300 마끼야또 텀블러와 라떼 텀블러는 각가 25g, 26g의 당류가 포함됐다.

이 밖에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콜드브루 카라멜마끼야또’와 매일유업 ‘바리스타 카라멜딥 딥 프레소’는 25g, 카페베네 ‘리얼브루 드립 라떼커피’는 23g으로 나타났다.

‘설탕 덩어리’로 불리며 여론의 지탄을 받는 대표적인 탄산음료인 코카콜라(250ml)의 당류 함량은 27g, 칠성사이다(250ml)가 21g이다. 조사 결과 따르면 대용량 컵커피를 마시면 콜라, 사이다 보다 오히려 더 많은 당류를 섭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가장 당 함량이 낮은 제품은 당류 함량이 8g에 불과한 한국야쿠르트 ‘콜드브루 바빈스키 카페라떼’ 였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다방커피’는 용량이 400ml로 가장 많지만 당 함유량은 25g 수준으로 나타났다.

동원F&B의 한 관계자는 자사제품 컵커피 당 함량이 가장 높은데 대해 “해당 브랜드 콘셉트 자체가 각 나라별로 즐겨먹는 달콤한 커피를 주로 제품화 한 것인데 그러다 보니 당류 함량이 조금 높아진 것 같다”며 “오리지널 커피 자체가 단맛이 조금 강한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정부 '설탕 줄이기' 칼 빼들었는데…컵커피 업체들 역행?

설탕 등 당류의 과다 섭취는 당뇨, 비만, 고혈압 등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 동원F&B '덴마크 커핑로드' (사진제공=동원F&B)

성인의 당류 1일 섭취권고량을 50g(2,000kcal 기준, 총 섭취열량 중 10%)으로 지정했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당류 섭취량을 1일 섭취 열량의 5% 미만인 25g으로 대폭 낮추라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최근 우리 정부 역시 칼을 빼 들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국민들의 당류 과잉 섭취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열량)의 10% 이내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 마디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정부 발표 이전부터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당 저감화를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컵커피 업체들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주최로 개최된 ‘당류 저감화 정책과 소비자운동이 나아갈 방향’ 포럼에서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당류 과다 섭취는 만병의 근원이다. 지방간, 당뇨, 비만, 고혈압 등 우리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질병이 당류 과다 섭취로 촉발된다”며 “소비자 운동 및 감시시스템을 통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당류 저감화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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