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치 의료기록 확인 중…업계관계자 "보험금 한 달 지연 이례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MG손해보험(대표 김동주)이 차일피일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됐다.

▶뇌종양 수술 후 실비 청구, 한달 째 ‘심사 중?’

제보자 손 씨는 최근 아버지가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가운데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부담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손 씨는 “2년 전 아버지를 위해 직접 실손의료보험에 가입시켜 드렸다”며 “뇌종양 수술 후 3주 가까이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몇 백만 원이나 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실비보험 덕에 부담을 덜 수 있겠다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손 씨는 지난 7월 25일 담당 설계사를 통해 MG손해보험 측에 보험금 청구를 최초 접수했다. 이후 나흘 후인 같은 달 29일 심사가 지연 중이라는 문자만 받았을 뿐 지연 사유에 대해서는 그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시간이 흘렀다.

이후 일주일 지나서야 연락이 닿은 MG손보 직원은 의료보험공단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손 씨의 아버지가 병원을 간 기록이 있는지 그에 대한 의료내역서를 떼올 것을 주문했다.

손 씨는 “왜 남의 의료기록을, 그것도 무려 6년치나 요구하는 것인지 물으니 그래야 보험금 지급이 빨리 된다는 설명뿐이었다”며 “특히 당시 보험회사에서 서류를 떼오라 했다는 말은 하지 말고 그냥 내가 확인할 것이 있는 것처럼 요구하라고 몇 번을 강조했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보험공단에서는 명의자 자필 동의서가 없으면 의료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거절했고, 손 씨가 이를 담당자에게 다시 전했음에도 심사는 계속 지체됐다.

손 씨는 “이후부터 내가 먼저 연락하면 나중에 연락 준다고 말하고 깜깜무소식이다. 할 수 없이 고객센터로 전화해 상담했지만 지연 이유는 자신들도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가 연락하도록 전달하겠다 답변뿐이었다”며 “지금까지도 담당자의 연락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MG손보 "확인 중" 입장 그대로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입원, 통원, 수술 등의 병원치료를 하면서 지출한 병원비를 한도 내에서 보장해 주는 보험 상품이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 등을 보장해 주는 실비보험은 갑작스럽게 목돈이 들어가는 수술비 등 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자 수가 3,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다.

손 씨의 경우처럼 보험사가 아무 설명도 없이 보험금 지급이 하루 이틀 미루게 되면 가입자 입장에서는 늘어가는 병원비에 애가 탈 수밖에 없다.

MG손보 측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조사 과정 같은 부분은 보통 외주 업체를 쓰고 있는데 고객의 불만을 받아 들여 이번 건은 내부 직원이 전담해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벼운 질병이 아니라 뇌종양, 암 등의 중병 경우에는 조사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며 "가입 전 피보험자는 보험사 측에 과거 병력 등을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혹시 그러한 절차가 무시 된 것은 없는지까지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컨슈머치의 취재 이후 손 씨는 담당자로부터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빠른 처리를 약속하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제보자 손 씨는 “약속은 받았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동안 연락하도록 전달을 계속 했다는데 부재 중 통화도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담당자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확인 과정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물어봐도 병명, 입원 병원 등 이미 제출한 서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만 말하고 있다"면서 "결국 지금까지 아무것도 확인한 게 없다는 것 밖에 더 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비보험의 경우 보통 심사기준이 명확하게 나오는 가벼운 통원치료는 3~4일 안에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는 편이지만 청구량이 많거나 희귀한 사례일 경우에는 조금 더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며 “그러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보험금 지급이 한 달이나 미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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