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일부터 휴대전화 유통점을 대상으로 ‘신분증스캐너’를 전격 도입한 가운데 일선 유통점주들과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신분증스캐너는 명의도용을 통한 ‘대포폰’ 개통을 차단하고,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유통점주들을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신분증스캐너가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측의 명백한 갑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통점주들은 이미 여러 인증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신분증스캐너 도입은 현실적으로 효과가 없으며,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들쑥날쑥한 가격으로 유통점주들에게 부담을 주며, 특정 제조사 스캐너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만 그럴싸한 수익사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유통점주들에 따르면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은 점주들은 이동통신사로부터 개통 업무를 제한당하거나, 차별적인 정책을 받는 등 불이익도 당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도 신분증스캐너 도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유통점주들에게 힘을 실었다. 스캐너 사용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오히려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신분증스캐너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을 찾아봐도 긍정적인 대답을 보기 힘들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업계 고위층이 엮여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렇듯 곳곳에서 도입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도입을 추진하는 방통위, 이통3사, KAIT 등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다.

유통점주들은 관련 부처에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방통위와 이통3사, KAIT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와중에 방통위는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신분증스캐너는 이통 3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당초 취지에 맞게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신분증스캐너 도입을 멈추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은 물론 이통3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슬그머니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했다.

방통위가 이렇게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유통업주들의 반발을 더욱 키울 뿐이다. 뿐만 아니라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정부기관으로서 강행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를 신중히 고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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