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하락 불구 배당성향 100% 초과…맥주값 최대 인상률 기록 '모회사 챙기기' 논란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과거 고배당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인수만 두 번, 모회사 AB인베브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60%를 유지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세계 맥주 회사 ‘AB인베브’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AB인베브는 지난 1998년 두산그룹으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시작됐다.

인수 10년째 되던 해인 2008년 AB인베브가 안호이저부시와 인베브의 합병 당시 불어난 차입을 줄이기 위해 사모펀드인 KKR에 오비맥주를 약 18억 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오비맥주는 2~3배에 달하는 영업이익 상승 뿐만 아니라 2위에 머물던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렸다.

매각 4년 뒤인 2014년, AB인베브는 매각때 보다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인 58억 달러(약 6조1,000억 원)에 오비맥주를 재인수했다.

▶고배당 논란

오비맥주의 고배당 논란은 KKR부터 시작됐다. KKR은 2008년 오비맥주 인수 후 2014년 매각까지 총 7,303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심지어 매각 직전인 2013년에는 당해 영업이익인 4,727억 원 보다 많은 4,885억 원을 배당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고,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었다.

여론을 의식한 오비맥주는 2014년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15년 다시 고액 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2015년 3,700억 원을 배당, 배당성향은 146%를 기록했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으면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을 지급했다는 의미이다.

오비맥주는 그 해 매출 1조4,908억 원의 기록, 9년만의 매출 감소(전년비 2.6%)와 시장 점유율 소폭 하락을 기록했음에도 이뤄진 고액 배당이어서 논란은 심화됐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지난해 11월 AB인베브를 챙기기 위해 맥주값 인상을 실시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맥주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고 있는 오비맥주로 하여금 값을 올려 수익을 높이고, 회사를 매각한 가격보다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재인수한만큼 높은 배당률로 이를 회수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말 오비맥주는‘카스’, ‘카프리’, ‘프리미어OB’ 등 자사 주요 맥주 제품들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당시 맥주값 인상은 2012년 8월 이후 4년 3개월만의 일로, 인상률은 역대 최고인 6.01%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14년에는 배당을 안하게 되면서 2015년 당시 2년치가 한꺼번에 지급됐었다”며 “AB인베브가 자사를 인수한 금액이 6조 원이 넘는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배당액은 3~4%에 불과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AB인베브의 한국지사化?

2014년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재인수한 이후부터 김도훈 사장이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AB인베브와 김 사장은 외국계 기업 출신의 임원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개편했다.

먼저, 2010년부터 오비맥주와 함께해 온 장인수 부회장이 실권에서 물러나는 것을 시작으로 경영체제 개편이 진행됐다.

장 부회장과 함께 오비맥주에서 주류 시장에 몸담아오던 고위 임원들 역시 줄줄이 퇴사했다. 지난해 초 2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회사에 명예퇴직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오비맥주는 118명의 희망퇴직을 받아들였고, 지난해 11월 20여명이 추가로 퇴직했다.

이 같은 상황들에 더해 오비맥주가 지난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AB인베브 소속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진에 합류시키면서.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AB인베브의 한국지사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자사의 경우 장기근속자들이 많으며 타회사에 비해 임원 교체가 적은 편”이라며 “장인수 부회장 같은 경우 글로벌 회사다보니 커뮤니케이션 등 부분들을 감안해 먼저 그만두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희망퇴직도 회사 측이 아니라 노조에서 먼저 제안했었다”며 “회사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였고, 인센티브 등 퇴직급여도 파격적으로 지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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