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3년 전 모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입사지원서 항목에서 불쾌감을 느낀 적 있느냐는 질문이었는데 10명 중 9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취준생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입을 모아 꼽은 가장 불쾌했던 항목은 바로 가족의 재산과 직위 등을 묻는 것이었다.

이 밖에 가족의 학력, 인맥과 같은 자신 능력 외의 것을 묻거나 자택인지 전,월세인지 주거형태를 묻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지원자가 대다수였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들은 여전히 지원자의 키와 몸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 집안에 재산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스스럼없이 없이 묻는다.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취직’이라는 두 글자가 간절한 구직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양식을 성의껏 채워 넣는다.

변화의 움직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정한 평가를 통한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이 구직자에게 몸무게나 출신지역 등을 요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해당 개정안은 햇수로 3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올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블라인드 채용이 화두로 오르내리는 일이 많아졌다. 정부가 공공기관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입사지원서에 지원자의 출신 지역과 학력, 신체적 조건 같은 인적 정보를 기재하지 않도록 해 '스펙'에서 벗어난 능력 중심의 채용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이미 몇몇 대기업들도 이러한 정부 기조에 맞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후진적 입사지원서를 요구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입사지원서 항목에 학력, 증명사진, 연령, 성별 등을 지우는 것은 아직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부모님의 연봉과 재산을, 그마저도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눠 정확한 액수를 적도록 하는 천박한 항목만은 이제 반드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커피전문업체 신입사원으로 취업하는 과정에서 몸무게와 키 같은 지극히 사적인 신체정보가 어떠한 영향력을 끼쳐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기업들도 저마다 자사의 입사지원서를 다시 살펴봐야 할 때다. 수십 년째 돌려 쓰고 있는 낡고 낡은 입사지원서 양식을 손보고 업데이트 해야 할 때를 이미 한참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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