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카드사들이 올 겨울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한파로 몸서리치고 있다.

이미 국내 카드 시장은 포화상태에 빠진 지 오래. 여기에 하반기부터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마케팅 출혈 경쟁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실적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줄어드는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그동안 밴사에 위탁하던 결제승인·전표매입 등 업무를 직접 처리할 생각까지 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안간힘이다.

몇몇 카드사들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재협상하자고 나섰지만 밴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합의점 찾기에 난항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카드사 영업환경이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최근 6년 만에 기준금리가 연 1.5%로 인상됐는데 자금조달을 주로 채권발행·차입 등에 의존하고 있는 카드사들에게는 눈물나는 비보와도 같다. 조달비용 부담 증가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 2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0%로 내려감에 따라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거세질 예정이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가맹점수수료율의 단계적 인하 방침을 시사한 것도 시한폭탄 중 하나다. 이미 내년 중 2차 인하는 확정적 분위기이며 이후에도 가맹점수수료가 어느 정도 선까지 낮아질지 몰라 카드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간단히 말해 카드사는 기존에 비해 돈을 비싸게 빌려서, 싸게 빌려주는 셈이 됐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비용을 줄이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 그동안 비교적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고금리 카드론 대출을 늘리는 것도 정부 눈치에 쉽지 않다.

이제 정말 카드사들은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온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가맹점수수료를 쥐어짜는 정부도 카드사를 회유할 당근책으로 신사업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정부 정책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새 먹거리를 찾아 충당하라는 메시지다.

이에 카드사들은 기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 현지 금융사들과 제휴를 통한 보폭 넓히기도 한창이다. 

그러나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분위기는 아직 회의적이다. 실제로 해외사업 진출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 10년 정도는 투자를 이어 나가야 흑자가 날 수 있다고 구조이다.

해외진출 외에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활용, 제휴사와 협업은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월세 및 부동산 수수료 등 기존 현금시장이 지배했던 영역을 카드시장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뭐든지 해보려는 몸부림의 일환일 뿐 아직 제대로 된 수익창출 시장은 아니다.

좋았던 시절 손쉽게 수익을 올리는데 치중해 고금리 카드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사이 신시장 확보에 소홀하면서 부메랑이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단호히 말해 카드사들은 현재 수익성을 개선할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도태되기만을 기다릴 순 없다. 카드사들은 이제라도 살 길을 찾아 더욱 힘차게 뛰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