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증권회사들이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았던 만큼 상당수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임에 이미 성공했거나 연임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한투 순익 1위....미래에셋>메리츠>NH 순

지난해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5개 국내 증권업체가 지난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순이익은 3조8,322억 원이다. 이는 전년도 2조1,338억 원보다 무려 79.6% 증가한 것으로, 2007년 4조,4299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10년 만에 최대치다.

증시 호황에 따라 주식거래대금 증가하면서 수탁수수료 크게 늘어난 데다 IB사업 본격화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증권사 1위 자리는 한국투자증권에 돌아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5,244억 원으로 전년보다 121.5% 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 국내 상위 20개 증권사 지난해 당기순이익(단위: 억 원, %)

지난해 11월 증권사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데다 실적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신바람 나는 한 해를 보내게 됐다.

매출액은 23.4% 증가한 6조2,005억 원을 기록, 미래에셋대우(10조2,898억 원)와 NH투자증권(9조5,455억 원)보다 현저히 적음에도 실속은 가장 많이 챙긴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호조 등으로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위탁매매(BK) 부문, 자산관리 부문(AM), 투자은행 부문(IB), 자산운용 부문(Trading) 등 전 부문 고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개인자산 증대를 통해 자산관리(AM) 영업수익이 처음으로 주식중개(BK) 수익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며, 한국투자증권이 추구하는 ‘리테일 패러다임 변화’에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5,049억 원을 기록한 미래에셋대우는 한국투자증권에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06년 순이익 4,461억 원 달성 이후 10여 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매출액 10조, 자기자본 규모 8조 몸집으로 한국투자증권과의 선두싸움에서 밀렸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과 통합 출범 첫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영업 목표치로 연결세전이익 기준 1조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올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해 보다 50% 성장한 연결세전이익 1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투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전문가 시대에 걸맞은 투자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은 나란히 3,000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3,5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9% 증가했으며, NH투자증권은 당기순이익 3,496억 원으로 4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삼성증권 2714억 원(55.8%), 키움증권은 2402억 원(33.5%), KB증권 2,353억 원(흑자 전환), 신한금융투자 2,119억 원(83.6%), 대신증권 1,206억 원(63.0%), 하나금융투자 1,463억 원(68.8%)으로 당기순이익 기준 10대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교체보다는 연임”...증권사 CEO 장기집권 시대

증권업계 CEO 인선이 3월내 마무리 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사상 최대이익을 낸 업체들이 많은 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령탑 교체 없이 기존 CEO들의 연임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등이다.

지난해 9월 임기가 만료된 신성호 사장 후임 선정 작업에 들어갔던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김영규 신임 대표 선임했으며,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선출된 권용원 대표가 지난해 1월말 일찌감치 사임함에 따라 키움증권은 윤수영 부사장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삼성그룹 내 분위기 쇄신과 세대교체 바람에 따라 60대인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NH투자증권 초대 사장을 맡아온 김원규 사장도 기업금융(IB) 사업부 대표 정영채 부회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들 몇몇 증권사 수장들인 교체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연임이 확정되거나 유력시 되고 있다. 업체들은 CEO 연임 사유로 입을 모아 '양호한 실적'을 거론한다.

KB증권의 경우 공동대표 체재를 접고 1인 대표체재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경은·전병조 KB증권 공동대표가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재직 동안 실적 개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사장과 교보증권 김해준 사장, 대신증권 나재철 사장 등도 3월 주총을 통해 속속 연임이 확정됐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3연임,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의 경우는 이번이 5연임으로 장기집권 발판을 닦고 있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의 거취는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지난해 최대 실적과 함께 업계 1위로 올라선데다 초대형IB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을 단독으로 인가 받는 쾌거를 이룬 만큼 유 사장의 연임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점쳐졌다.

실제로 지난 7일 열린 2018년 제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유상호 후보자를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DGB금융지주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역시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을 최고경영자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달 29일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으로 상정되어 통과 시에는 대표이사로 최종 확정돼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사장은 그동안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도 회사 수익원의 다변화와 수익성 제고를 이끌어왔다"며 "리테일 부문의 제도 개선과 신규 사업 진출, 영업점 재편 및 저수익 고비용의 인력구조 개편 등 체질개선 작업으로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연임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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