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레코드 - 손해보험사 1분기] 순익 30% 이상 급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며 함박웃음 짓던 손해보험사들의 표정이 올해는 연초부터 급격히 어두워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등의 여파로 손해보험업계 실적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업계를 둘러싼 외부환경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각 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손보사들의 순익이 30% 이상 급감했다.

▲ 손해보험사 1분기(1~3월 누적) 실적

특히 업계 부동의 1위 삼성화재(대표 최영무)의 실적 가장 많이 떨어졌다. 삼성화재는 1분기 당기순이익 3,011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0.1% 감소한 수치다.

원수보험료의 경우 일반보험은 13.5% 성장한 반면에 장기보험 및 자동차보험은 각각 0.9%,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2017년 1월 을지로 사옥 처분이익에 따른 기저효과로 투자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40%가량 감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대표 김정남)과 현대해상(대표 이철영·박찬종)의 업계 내 치열한 2위권 다툼의 승자는 간발의 차이로 DB손보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차이가 각각 95억 원, 42억 원에 밖에 나지 않아 격차는 많이 좁혀진 모양새다.

DB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1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90억 원으로 8.1% 줄었다. 일회성 요인으로는 임직원 성과급 130억 원이 있었다.

현대해상은 당기순이익이 1,060억 원, 영업이익은 1,4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9.0% 감소했다. 경쟁사 대비 적은 감소폭으로 선방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1분기 순익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상 최대 이익을 새롭게 쓰던 기세가 올해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에만 900억 원 가까운 이익을 올렸던 메리츠화재가 올해는 30%가량 줄어든 632억 원을 벌어들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영업이익도 873억 원으로 25.8% 쪼그라들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장기보험 매출 75.4% 성장으로 인한 추가상각 등의 비용 증가로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KB손해보험 684억 원, 한화손보 294억 원으로 두 업체 모두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20%이상 큰 폭으로 떨어졌다.

롯데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175억 원에서 18.22% 감소한 1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업계 전반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이번 겨울 유독 지독했던 한파와 폭설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및 사업비율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

실제 올해 1분기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를 훌쩍 넘긴 상황이다. 업계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78% 정도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1.4%로 전년도 76.4%에 비해 5.0%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은 80.4%로 2.6%p 증가했고, DB손보는 전년동기 7.9%p 오른 85.4%를 기록했다.

지난해 16년 만에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낸 업체들이 채 기쁨을 즐기기도 전에 다시 찾아 온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 국면에 울상 짓고 있는 것.

특히 빅3 경쟁사 가운데 DB손보의 자동차보험 상승 폭이 가장 높은 이유로는 기저효과 외에도 업체 측의 자동차보험 포트폴리오 구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은 경쟁사 대비 수도권 및 외제차 비중이 높아 한파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고 분석했다.

향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 보험 위주 판매로 사업비율 증가한 점과 RBC비율 하락이 예견되는 환경도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이로 인해 2분기에도 수익성 하락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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