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금융소비자 보호·감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첫 칼날이 생명보험사 쪽을 향했다.

윤 위원장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구제 방침을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인데 그 규모가 최대 1조 원에 육박해 국내 생보사들의 낯빛이 어둡다.

당장 지급 결정이 내려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아직 사정권 밖에 있는 다른 업체들은 일단 돌아가는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또 약관 실수...금감원 “미지급, 엄정 대응”

최근 금감원이 약관과 달리 보험사 마음대로 돈을 덜 지급해 문제가 된 즉시연금에 대해 ‘일괄구제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시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4,300억 원으로, 한화생명 850억 원, 교보생명 700억 원 등인 걸로 집계됐다.

삼성, 한화, 교보 등 대형사 빅3를 포함한 전체 생보사의 총 액수는 최소 8,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에 육박하며, 가입 자 수도 16만 명에 이른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즉시연금’은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넣은 뒤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만약 ‘만기환급형’에 가입하면 만기 때 원금도 돌려받을 수 있다.

대신 업체들은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공제한 금액을 매월 연금으로 지급했는데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 설명이 약관에 빠져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삼성생명을 상대로 그간 덜 줬던 연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민원이 처음으로 제기됐고 이에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민원인 손을 들어줬다. 이후 지난달 한화생명을 대상으로 제기된 민원에서도 똑같이 미지급금 지급 결정이 내려졌다.

약관 기재 실수로 수천억 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사태’를 겪었던 생보업계가 또 다시 약관 문제가 되풀이 돼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삼성생명 ‘경고장’…생보사 ‘발칵’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을 반년 째 미뤄 온 삼성생명을 겨냥한 금융당국의 ‘경고장’에 당사자인 삼성생명은 물론 다른 대형 생보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AIA생명, 처브라이프, 신한생명 등 일부 중소형 생보사는 금감원의 일괄구제 방침에 따라 미지급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한 반면 금액이 큰 대형사들은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해당 결정을 수용하는데 3개월이나 끌어오다 지난 2월에야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즉시연금 미지급금 대상 5만5,000명에 대한 일괄지급 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한 채 미루고 있다.

당국의 높아진 압박 수위에 삼성생명은 결국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국과 마찰을 우려해 미지급 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상당히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나머지 대형 업체도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내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8월 초에나 미지급금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일괄지급 여부도 같이 논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측은 아직 본조위에 민원이 제기된 사례가 없는 만큼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등 해당 업체들의 판단을 지켜본 후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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