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LG전자(대표 정도현‧조성진)의 ‘계륵(鷄肋)’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철수설이 다시금 불거졌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전자 MC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1,500~1,900억 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36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직전분기보다 최소 200억 원 이상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13분기 연속 적자다.

2분기 들어 LG전자는 ‘G7 Thin Q(G7 씽큐)’를 선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길어진 교체 주기 등을 원인으로 판매량이 부진했으며, 마케팅 비용 증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주요 부품 값 상승,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의 원인으로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모호한 LG전자 스마트폰 포지션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LG전자의 현 상황은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와 애플, 가성비 좋은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 사이에 끼어있다.

▶ ‘적자 늪’ 헤어나오지 못하는 LG전자 MC사업부

초기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2009년 KT가 단독판매한 애플의 '아이폰 3GS'가 잡고 있었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초기 스마트폰을 출시하긴 했으나, 아이폰만의 최적화된 운영체제와 다양한 콘텐츠에 밀려 큰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2010년 3월 LG전자는 대한민국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싸이언 안드로 원’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같은해 6월 ‘갤럭시S’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보다도 빠른 셈이다.

다만 브랜드화는 삼성전자나 애플에 비해 좀 늦은 감이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갤럭시'와 '아이폰'을 시리즈로 내놓는 동안 LG전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2012년이 되서야 '옵티머스 G'를 출시하며 'G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G시리즈의 3세대 모델인 ‘G3’까지는 과거 운영한 피처폰 브랜드 CYON(사이언)의 영광을 이어가는 듯 했다. 문제는 이듬해 출시한 4세대 모델 ‘G4’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 S6’, ‘갤럭시S6엣지’, ‘갤럭시S6엣지 플러스’ 등 세 가지 모델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특히 업계 최초로 양측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애플 역시 ‘아이폰6’와 브랜드 최초로 대형 화면을 적용한 ‘아이폰S6 플러스’를 선보이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신기술과 혁신을 강조한 삼성과 애플의 신형 모델을 상대하기엔 LG전자의 G4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결국 그해 MC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후 V10(2015년), G5, V20(2016년), G6, V30(2017년), G7(2018년)을 내놨지만 한 번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록한 손실규모는 2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만 7,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LG전자다.

LG전자의 현재 상황은 지난 2015년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일본 '소니'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5년 일본 소니의 히라이 카즈오 사장은 적자투성이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히라이 사장은 “스마트폰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당시 소니 MC부문의 적자규모는 2014년 2,176억 엔, 2015년 614억 엔이었다. 플래그십 라인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연패했고 중국 업체들의 굴기로 중저가 시장에서도 자리를 잃어간 탓이다. 

▶ 과감한 구광모 회장, MC사업부 정리 가능성…업계 “철수 않을 것”

일각에선 이익은커녕 TV나 생활가전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익마저 크게 감소시키는 MC사업부를 구광모 회장이 정리하는 것이 아니냐고 전망한다.

LG전자의 이익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이 안되는 MC사업부를 없애고 남는 인력과 설비를 다른 사업부로 분산시키면 된다. 이 방법을 구 회장이 모를 리는 없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전임 회장과 달리 사업 방향이 정해지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젊은 구 회장이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잘라낼 수도 있는 결단력을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구 회장 체재의 LG그룹 역시 MC사업부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신임 회장은 인공지능이나 전장사업에 관심이 많다. 이는 권영수 LG 부회장도 밝혔던 내용이다”며 “구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생각하는 4차 산업기술의 기본이 되는 것이 스마트폰이므로 구 회장이든 LG그룹이든 MC사업부를 쉽게 놓치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 관계자 역시 “일각에서 도는 MC사업부 철수설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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