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⑯

[컨슈머치 = 김현우 박지현 전향미 기자] 장애인에게 일자리란 자립을 위한 핵심요소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비장애인과 차별없이 동등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

국내에는 장애인이 취업 이전 직업재활(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보호작업장’과 ‘장애인 근로사업장’이 있다.

이들 시설은 직업재활의 역할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과 어울리는 것에 약간의 제약이 있을 수 있는 중증장애인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직장이 되기도 한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 “최저임금 못 받고 직업재활서비스 미흡”

일각에서는 국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직업재활과 고용창출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장애인에게 직업재활과 보호(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시설에 있는 장애인은 ‘근로자’로서 노동을 하는 한편, ‘장애인’으로서 보호를 받게 되는데, 이런 이중적인 상황이 이들을 보통의 근로자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많은 논란 끝에 2011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이 직업재활시설의 장애인들도 법에 따라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및 판매시설 운영실적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장애인의 월평균임금은 56만7,000원으로, 고용노동부가 밝힌 우리나라 전체근로자 1인당 월평균임금 338만7,000원의 16.74%에 불과했다. 특히 보호작업장은 42만3,000원으로 12.48%에 불과했다.

이 같은 저임금 문제가 만연한 이유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자’와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자’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해당 법의 본래 취지는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일 할 기회를 주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법의 허점을 이용해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애인이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발생했다.

정종화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업재활센터에 고용된 장애인은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데다 직업도 단순 반복 업무 위주라 제대로 된 직업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설치‧운영 관리규정을 따라, 일반적인 복지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설치와 운영은 「장애인복지법」 제59조 장애인복지시설설치 조항에 따르고 있다. 문제는 해당 법 조항이 이들 시설을 ‘복지시설’로 규정짓고 있어 직업재활 및 생산시설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정치권, 기능 강화 법안 발의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기능을 강화하고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운영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2017년 8월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으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활성화위원회를 거쳐 5년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매년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함(안 제7조부터 제9조까지)

▲보건복지부장관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관련된 정보를 종합관리하고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간의 협력기반 구축 등을 위하여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토록 함(안 제12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종사자의 전문성과 역량강화를 위하여 교육 및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함(안 제14조) 등 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생산품 판매 및 우선구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장에게 매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구매토록 하며, 할인점·백화점·쇼핑센터 등에 생산품 판매장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안 제20조부터 제22조까지)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한 국가의 비용 지원, 보건부와 지자체가 5년마다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생산 제품 판매 촉진 등이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산시설로 일반적인 복지시설과는 다른 특수성을 갖고 있다”며 “일반인과의 경쟁이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소득창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이런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행법은 장애인의 재활시설에 대한 관리와 감독 위주로 짜여 있다. 현행법으로는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위원회를 통해 마련되는 정책들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각 시설의 서비스 수준을 인증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각 시설에 필요한 인력, 사업비 등 추가적 지원의 필요성도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

■ “장애계 목소리 대변할 국회의원 없다”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발의 법안이지만 1년 넘게 소관위에 계류된 상태다.

정종화 교수는 “최 의원의 법안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법안 내용 상당수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내용과 겹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슷한 법안이 존재해 이번 법안이 계류되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장애인 관련 정책이 정부의 정책 추진 우선순위에서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호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지원국장은 “장애당사자로서 과거부터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해 온 국회의원이 현재 전무한 상태로 장애 정책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 같다”며 “비장애인 국회의원들이 대변해주고 있지만 장애당사자만큼의 진정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 역시 “장애인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장애인이 국회로 입성해 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방법밖엔 없는데, 이번 국회엔 장애계에서 인정받는 장애 국회의원이 없다”며 “현재 국회는 장애인들에 있어서 암흑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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