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⑩

(왼쪽)한국자폐인사랑협회 성은서 장애인재활상담사, (오른쪽) 고문정 씨.
(왼쪽)한국자폐인사랑협회 성은서 장애인재활상담사, (오른쪽) 고문정 씨.(출처=컨슈머치)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송수연 기자] “그냥 다 감사해요”

지적장애 2급인 고문정 씨는 일상을 ‘감사’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기자는 성공적인 취업으로 제2의 인생을 그리고 있는 문정 씨와 취업 과정에서 겪은 고충과 현실, 그리고 희망적인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고 가는 질문과 답 사이에서 문정 씨가 얼마나 따뜻하고 성실한지, 또 얼마나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정 씨와 나눈 인터뷰를 지금 공개한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더드림스토어'. 

이곳은 문정 씨가 지난달부터 근무하기 시작한 곳이다. 회사가 입주한 건물 1층에 있는 한 카페에서 문정 씨를 만났다.

문정 씨는 먼저 본인에 대해 소개했다.

“이름은 고문정이고 21살입니다. 저는 무뚝뚝한 편입니다. 말 수도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어두운 표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하는 인터뷰에 조금은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인터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먼저, 문정 씨는 취업 과정과 취업에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취업 준비생들이 겪고 있다는 서류전형 광속 탈락은 그녀도 피할 수 없었다. 여러 사업장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지만 서류만 보고도 퇴짜를 놓는 사업장이 많았다고 했다.

“지적장애라는 타이틀 때문에 서류 지원에서 많이 탈락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사업주에게 외모 때문에 상처받은 적도 있는데, 노력해서 고치고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면 저도 좋겠습니다”

취업을 해도 문정 씨를 괴롭히는 시선이 존재했다.

“어느 매니저분이 저보고 냄새난다고 그래서 속상했어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도 못 해요. 다른 분이 대신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줬어요. 또 다른 직장에서는 사내에서 연애 금지라고 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도 자제하려고 노력해요. 그곳에서 일하던 다른 친구들도요”

고문정 씨 (출처=컨슈머치)
고문정 씨 (출처=컨슈머치)

문정 씨는 과거 바리스타로 근무했던 이야기도 꺼냈다.

“직업 훈련받을 때 바리스타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2년을 바리스타로 일했어요. 근데 일하던 곳에서 근로기간계약이 만료됐다고 해서 더 일할 수가 없었어요”

문정 씨는 실업상태가 되거나 구직에 어려움을 겪을 때 심리적 불안 증세를 느낀다.

“어렵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생계 때문이에요. 그래서 취업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는 큰 문제이고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심리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 지원하는 연금으로 생활했다.

“전에 2~3달 놀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 때가 있었어요. 실업급여와 연금으로 생활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최근에는 직업재능개발센터의 도움으로 더드림스토어에서 일하게 됐다. 게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됐기 때문에 문정 씨만 원한다면 계속해서 이 회사를 다닐 수 있다.

“친한 친구와 같이 지원했는데 친구는 실습에서 떨어졌어요. 저만 붙었어요. 예전 직장에서도 실습 3주 했는데 붙었어요. 저도 신기해요.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회사에 대한 얘기를 쏟아 냈다.

“기증된 물품을 판매하고 기증한 물품을 팔아서 남은 수익으로 장애인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요. 더드림스토어라는 회사의 규모는 아직은 크지 않고 사업을 한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어요”

“회사 홍보하고 싶어요. 많이 팔아야 하거든요. 회사에서 홍보해 달라고는 안 했는데 그냥 내 생각이 그래요”

고문정 씨가 일하는 사업장.(출처=컨슈머치)
고문정 씨가 일하는 사업장.(출처=컨슈머치)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마음에 드는지 회사 자랑도 늘어놨다.

“저희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나이가 많아요. 그래서 저를 잘 챙겨줘요. 회사에 휴게실도 있어서 쉬는 시간에 TV도 보고 게임도 해요. 팀장님도 친절하고요, 일도 너무 재밌어요. 옷 분류하는 것도 재밌고 사람들이랑 잘 지내니까 그것도 재밌어요”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꼽은 것은 또래가 없다는 것.

“또래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사이좋게 지내고 의지도 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가 적성에도 맞고 다니기도 좋은 회사지만 문정 씨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것이 현재 가지고 있는 꿈이다.

문정 씨는 꿈을 위해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중이다.

“지금 하는 일도 좋아요. 그리고 감사해요. 그런데 사무직으로 일하고 싶어요. 아직 어리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다도 생각해요. 사무직에서 일하기 위해서 ITQ 한글 자격증을 따놨어요. 쉬운 자격증일수도 있지만 일하면서 하기는 힘들었어요”

새로운 도전에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 문정 씨의 생각이다.

“장애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취업을 못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무보조를 할 수 있고 그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운전면허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면허 따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에 갈 거예요. 가서 김장 도와드리고 싶어요. 또 명절에 삼촌 차를 이용하는 데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운전해서 가고 싶어요”

문정 씨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다.

“31일이 월급날인데요. 월급 받으면 저축할 거예요. 얼마 전에 적금 들었는데 나중에 독립할 때 쓰려고요. 28살 때 독립하는 게 목표고 그때쯤이면 돈이 많이 모여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문정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기자에게 묻고 싶은 말은 더 없는지 물어봤다.

문정 씨의 마지막 말은 “기사는 언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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