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아빠육아⑳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먹고 입고 쓰는’ 수많은 상품에 흔히 사용되는 광고 문구다. 기자는 어릴 때부터 이런 식의 광고를 볼 때 마다 항상 머릿속 한 구석에 작은 의문 한 가지가 피어오르곤 했다.

‘왜 아빠의 마음은 담지 않았는가?’ 하는. ‘기왕이면 아빠도 포함해 부모의 마음이라고 표현하면 두 배 더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아마도 이러한 광고에는 두 가지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하나는 ‘아빠의 마음’ 혹은 ‘부모의 마음’보다 ‘엄마의 마음’이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더 강력한 표현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유독 ‘모성애’를 아주 성스럽고 특별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과 무관치 안다.

또 한 가지는 그들의 상품을 구매해 줄 육아 소비 주체를 ‘엄마’로 한정 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빠는 육아에서 동떨어져 있는 존재로 보기 때문에 타깃층으로 삼을 필요가 없는 거다.

기저귀와 분유를 하나 고를 때조차 엄마의 결정권과 아빠의 결정권 중 무엇이 더 많이 좌우하느냐를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이제는 정밀 시대가 변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데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 공동육아의 시대다.

최근 아빠 소비자들이 더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이번 남성육아 기획 취재를 들어가게 됐다.

약 3주간 발로 뛰며 느낀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또한 엄마들도 아빠들에게 육아 권력(?)을 나눠 줄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성 육아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다.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아빠가 아이를 위해 돈 쓸 수 있는 시간을 줄 것.

‘칼퇴’, ‘52시간 근무제’, ‘워라밸’, ‘육아휴직’ 등을 통해 아빠가 육아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뜻이다.

둘째, 아빠들도 육아 소비자라는 인식을 갖고, 아빠를 타깃으로 한 상품 개발에 힘써 줄 것.

아빠들도 아이를 위해 어떤 유모차를 살지 고민하고, 어떤 음식을 먹일지 고민하는 분명한 소비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