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내수판매 3위 자리를 기록했던 바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대표 도미닉시뇨라)의 명운이 기울고 있다.

18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내수시장 누적 차량 판매 대수는 7만1,157대로 집계돼 법인분리 이슈를 겪고 있는 한국지엠의 7만4,595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내구성이 좋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다는 평가로 15만 대 이상의 내수 판매량을 달성했던 르노삼성차가 전성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출처=르노삼성자동차

▶내수 부진의 원인은 ‘신차 개발 능력 부재’

사실 르노삼성차의 부진은 경쟁사 대비 굉장히 늦는 ‘신차 개발 주기’가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출시된 SM3는 경쟁 모델인 아반떼가 두 차례 완전변경을 할 동안 디자인 변화가 없었고, 2010년 나온 3세대 SM5나 2011년 8월 출시된 SM7도 7~8년 동안 그대로다. 같은 기간 경쟁차량은 한 두 차례의 완전변경을 실시했다.

그나마 지난 2016년 SM6와 QM6 등 이른바 ‘6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르노삼성차의 앞날에 광명을 가져다주는 듯 했으나, 쏘나타 등 경쟁차량의 완전 변경 등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반짝 흥행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르노삼성차는 해치백 차량인 ‘클리오’나 상용차 ‘마스터’ 등 유럽시장에서 인정받은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판매량 확장에 나섰지만 클리오의 신차효과는 전무했고, 지난달 들여온 마스터의 경우 174대를 판매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르노삼성차의 부진을 두고 업계는 ‘자체 신차 개발 능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신차를 개발할 때 드는 비용은 5,000억 원 수준이며, 부분변경 수준만 해도 2,000억 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르노삼성차의 경우 연간 연구개발비가 1,700억 원에 불과해 제대로 된 신차를 선보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차량개발의 핵심인 연구 인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르노삼성차의 중앙기술연구소 인력은 1,000여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현대차그룹의 1만2,000여명이나 한국지엠의 3,000여명보다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신규 위탁생산 물량 확보 위해 노사 관계 회복 중요한데, 강성노조 등장으로 골머리 앓는 르노삼성차"

그나마 르노삼성차는 내수 판매 부진의 늪을 르노-닛산 얼라이먼트로부터 위탁받은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을 통해 극복해왔다. 하지만 로그 생산 계약이 내년 9월까지라 만기 도래 이전에 새로운 생산 물량을 배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위탁 생산 물량을 받기 위해선 르노-닛산 얼라이먼트에 속해있는 전 세계 50여개 공장들과 생산 효율성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데, 임금협상을 이유로 르노삼성차 노사 관계가 좋지 않은 현 상황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 노조들 대부분이 강성으로 사회적인 질타를 받고 있지만, 사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12~2013년 임금을 동결하고 생산목표 달성을 위한 사측의 긴급 특근 요청 수용, 임금피크제 도입, 호봉제 폐지,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산입 제외 등 경쟁사 노조들에 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한 노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르노삼성차 노조의 평균임금은 6,550만 원 수준으로 업계 평균보다 2,000만 원 이상 낮게 형성됐지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무분규로 임금과 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해온 모범적인 노조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차가 유일하다.

노조는 그 동안의 희생을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듯 ▲기본급 10만667원 및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 원 및 격려금 250%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일 르노삼성차 노조는 새 노조위원장으로 박종규씨를 선출했다. 박씨는 2011년 기존의 르노삼성차 노조와 별도로 50여명을 모아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삼성차 지회’를 만들기도 했다. 업계에선 박씨가 파업 등 강경 투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생산비가 올라 생산 효율성 순위가 하위권으로 쳐져 신차 배정 가능성이 낮아질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연내 타결을 위해 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타결 이후엔 신차 배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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