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1억7,000만 원을 주고 산 벤츠가 알고 보니 구형이고, 이를 따졌더니 판매사는 연형이 최신년도 차량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도대체 연식과 연형이 뭐 길래 소비자는 억울해야 할까.

지난 5월, 1억7,000만 원짜리 ‘벤츠 S 클래스’를 구입한 소비자 A씨. 해당 차량은 A씨가 국내 수입 물량이 모두 소진돼 구입을 포기하려는 찰나, 스스로를 ‘벤츠 판매왕’이라고 밝힌 더 클래스 딜러에게 구입한 차량이다.

하지만 A씨는 인수와 동시에 새로 산 벤츠가 작년에 생산된 차량임을 알게 됐다. 구매와 함께 DMB 리콜통지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벤츠 S 클래스의 DMB 문제는 작년부터 이야기가 나온 만큼 2018년에 새롭게 생산된 차량이라면 당연히 해결됐어야 한다. 하지만 A씨의 차량은 해당 결함이 해결되지 않았다. 즉, 문제가 있는 DMB를 탑재한 구형 벤츠라는 것이다.

자신이 구입한 차량이 2018년에 생산된 차량인줄로만 알고 있던 A씨는 벤츠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판매된 차는 2017년 연식이지만 연형은 2018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어 “수입차는 운송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판매되더라도 작년에 생산된 차량일 수 있으며, 생산년도까지 딜러가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소비자단체 등에 억울함을 호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메르세데스벤츠)
벤츠 S 클래스 2018년형(출처=메르세데스벤츠)

▶연식‧연형…“무슨 차이 있나”

앞서 거론한 내용을 살펴보면 소비자 A씨는 자신이 구입한 차량이 2018년에 생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A씨는 자신의 벤츠 S 클래스 차량이 2018년식 차량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2017년식의 2018년형의 차량이었다.

그렇다면 연식과 연형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연식은 ‘차량이 제조된 해’를 뜻한다. 생산된 차량이 2017년에 제조됐다면 2017년식, 2018년에 제조됐다면 2018년식이 되는 셈이다.

연형은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해당 년도의 주력 판매 차량’을 의미한다. 연식과는 의미가 약간 다른 것이다. 2018년에 2019년형이 나오는 이유도 해당 차량이 2019년의 주력 차종이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는 중고차 가격에 영향 끼치는 ‘연식’에 주목해야

사실 차량 자체에 있어서 연식이든 연형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완전 변경이나 부분 변경처럼 눈에 띌 정도의 변화가 있지 않다면 옵션이 몇 가지 추가되거나 기본 사양이 소소하게 바뀌는 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연식은 꽤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고차의 가격은 연형이 아닌 연식과 차량 최초 등록일로 결정된다. 연형보다 연식을 보는 이유는 최신 연식일수록 차량 상태가 더 좋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차 주기가 점차 빨라지면서 연식과 연형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과거에는 3분기 이후에나 다음 해의 주력 차종 차량(연형)을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3월만 돼도 다음 해의 연형 차종을 제조사에서 내놓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식과 연형이 다른 차량이 많다. 신차의 경우 대부분 연식과 차량 등록일이 연형보다 느리다. 2018년 기준 2018년식·2019년형 차량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를 중고차 시장에선 ‘각자 차’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A씨는 2018년에 2017년식·2018년형 차량을 구입 및 등록했다. 이를 ‘역각자 차’라고 하는데, 재고 차량을 구입하면 대부분 이에 속한다.

A씨와 비슷한 시기 같은 차량을 구입한 사람들은 2018년식일 확률이 높으므로, 2017년식 차량을 구입한 A씨의 경우 이들에 비해 차량 가격을 상대적으로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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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연형 #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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