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안전지대는 없나③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축적돼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대진침대 라돈 사태가 처음 발생한 후 소비자들의 불안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라돈은 침대뿐만 아니라 생리대, 온수매트 등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연일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업체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피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쯤 지긋지긋한 라돈 공포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까?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전향미 기자] 폐암 유발 방사성 물질인 ‘라돈’으로 인해 고통 받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라돈침대 수거와 해체가 어제 모두 끝났다”며 “오염부분 폐기와 제도개선 등 차후 문제는 협의 중이니 곧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많은 피해 소비자들은 ‘라돈 침대’ 회수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침대'가 이런 상황인데 이어 논란이 된 생리대, 온수매트 등의 환불‧수거는 더 원활하지 못하다.

정부의 늑장 대응과 소극적 행정은 피해자들을 위험에 지속 노출시키고 있는데다, 명확한 구제 방안도 없이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돈이 워낙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고 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 “매트리스 수거 완료됐다고?…매일이 공포”

지난 5월 ‘라돈 침대’ 사태를 불러온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 작업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피해 소비자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1만8,000여명이 가입이 라돈침대(대진)피해자 모임 카페에 따르면 현재 수거되지 않은 매트리스로 불안에 떠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교환/수거 정보 Q&A 게시판에는 11월 20일에도 “제 침대 교환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 소비자A씨는 “외국에 있다가 오랜만에 귀국해서 (라돈)침대 사태를 늦게 확인했다”며 “이미 늦은 거 같은데 혹시 가능한지, 본사로 직접 들고 가는 방법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건지 알고 싶다”고 궁금증을 드러냈다.

같은 달 피해 소비자B 씨 역시 “아직 매트리스 수거도 안 된 상태다. 이번 주에 직접 매트리스를 싣고 천안(대진침대 본사)에 가려고 하는데 가면 바로 교환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올렸다.

이에 대한 답으로 소비자 C씨는 “맞교환은 해당 매트 재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업체 측에서 전화를 안 받아주니 미리 알 수가 없다”며 “그래도 천안 방문고객은 우선교환 해주는 편이다. 재고가 없으면 일단 귀가하고, 집에서 2-4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소비자 D씨는 “수차례에 걸쳐 대진침대 측에 회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다. 뉴스에서 이 국무총리가 이제 침대 회수가 끝났다고 말하는데 그럼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 E씨는 “뒤늦게 확인하고 대진침대 홈페이지에 리콜 등록을 했는데 회사 측과 통화가 안 되서 답답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한 비닐은 왔지만 침대는 방에 그대로 있다”며 “남편이랑 나는 요즘 몸도 안 좋은 상태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 문제도 갈 길이 멀다. 지난달 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대진침대 소비자들이 매트리스 구입대금의 환급 및 손해배상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교환 및 위자료 30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지만 업체 측의 보상 여력과 의지 역시 미지수다.

지난 달 13일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린 대진침대 소비자 강모씨 외 68명의 손해배상 소송 2차 변론기일 대진침대 측 소송대리인은 “대진침대는 이미 망한 상태다. 자산은 가압류돼 동결됐다”며 사측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다.

■ “안전기준 적합하다는데” 찝찝한 생리대 소비자

라돈 침대 사태 이후 생리대로 옮겨 붙은 라돈 공포는 여성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로 한 차례 파동을 겪은 여성들은 이번엔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기준치의 무려 10배나 검출됐다는 소식에 공포가 증폭됐다.

이에 ‘오늘습관’은 의혹 보도에 사용된 측정기인 '라돈아이'가 국가인증을 받은 것이 아닌 저가의 측정기라 측정 치수가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직접 나서 ‘오늘습관' 생리대에 인체 위해성을 평가에 나섰고, 지난 2일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라돈 생리대의 위해성 논란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일단 앞서 정부 조사 결과가 한 차례 뒤집힌 사례가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라돈 침대 사태 초기 ‘허용기준치 이내’라고 밝혔던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원안위가 5일 만에 번복한 일이다.

또한 안전기준 이내의 미량이라고는 하나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인 만큼 찝찝함을 호소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종로구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윤희 씨(33세, 여)는 "2~3배 비싸지만 안전한 유기농 생리대라는 말을 믿고 사용해서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며 "생리대는 30~40년간 매달 4~5일씩 사용할 만큼 그 어떤 제품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준치 이하라고 하지만 생리대 특성상 환기가 잘 되지 않으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불안하고, 문제가 된 제품을 사용한 것이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침대나 생리대, 마스크 등은 섬유 고유의 특성상 라돈이 존재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YTN과 인터뷰를 통해 “몸에 닿는 용품은 라돈 기준치가 의미 없다. 검출된다는 자체가 굉장히 무서운 일"이라며 "특히 여성용품이라면 인체에 장기간 영향을 줄텐데 일정 기준치를 정해서 '안전하다, 괜찮다'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온수매트는 또 언제 결론? 

지난달 초에는 하이젠 온수매트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측은 “한 달 동안 측정을 했는데 수치상으로 정상으로 나와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교환만 받아들이고 환불은 거부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업체 측의 주장일뿐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이 역시 원안위가 나서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결과 발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온수매트에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라돈 검출된 하이젠 온수매트의 조사와 함께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제품을 전수 조사 처벌, 보상 확정요청”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해당 글은 올린 소비자 F씨는 “점점 불안이 커져만 가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한 관련부처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처리 방법을 기관에 물으면 일단 가지고 있으라고 답변하고, 조사 중이라고만 한다. 결국 피해자들 스스로 방사능 측정기를 대여하려고 알아보고, 그것도 대기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라돈 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제품을 판매한 업체나 위험물질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 등의 관련 부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이디 kty8****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소비자가 우연이라도 이런 문제를 확인해 보지 않았더라면 라돈 범벅인 침구류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왜 이런 중대한 문제를 사전에 확인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G씨는 “제품 출시 전 제조사나 당국이 당연히 검증한 상태로 판매되는 줄 알았다”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원안위와 환경부 등 담당 기관이 해당 문제가 자신들의 소관인지 아닌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해 초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늑장대응으로 비판을 많이 받아 온 만큼 관련 법개정이 조속히 이뤄져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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