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재난, 불타 버린 초연결사회①

[컨슈머치 = 송수연 안진영 전향미 기자]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화재 이후 서울 마포구, 용산구, 중구, 은평구, 서대문구 등 일대 지역의 통신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IT강국이라 자부하며 5G 시대를 코앞에 둔 대한민국은 화재 한 번에 얼마나 많은 기능이 멈춰 버리는지 알게 됐다.

<컨슈머치>는 잊기 힘든 그날의 사건 상황을 다시 한 번 되짚어봤다.

■사건 당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은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12분쯤 KT빌딩 지하 1층 통신구에서 시작됐다.

통신구는 통신 케이블을 집중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4m 이상 깊이의 지하에 설치된 구조물이다. 이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화선, 광케이블 220조(케이블 세는 단위)가 설치돼 있다.

화재 발생 5분 뒤인 11시 17분에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다. 11시 35분경에는 소방 당국이 이번 화재에 대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11시 53분경에는 인명피해가 없음 최종 확인했다.

24일 정오 쯤 소방재난본부청으로부터 안전 안내 문자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발송됐다. 서울시도 오후 12시 5분께 서울 전역에 관련 내용을 알리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12시 19분에는 긴급구조통제단이 설치됐다. 서대문구 일대는 당시 유선 통신이 불가능한 상황이 돼 통화는 물론 결제까지 먹통이 됐다.

오후 1시 37분 KT는 임시기지국 설치를 시작했으며, 오후 2시 23분께 소방당국은 3시간여 만에 초기 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완전 진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후 2시 24분 화재 현장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문, 화재 진압 장면 등을 지켜보고 긴급구조통제단 차 안에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2시 35분에는 진희선 서울특별시 부시장도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살펴봤다.

황창규 KT 회장 및 주요임원들도 15시경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이날 황 회장 및 주요 임원은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으며 피해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긴급 우회경로를 통한 복구 등의 대책을 주문했다.

오후 3시 19분부터는 KT 외부에서 복구 작업을 실시했다. KT는 통신망 우회복구, 이동기지국 신속배치, 인력비상 근무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긴급복구에 나섰다.

KT는 같은 날 오후 4시 38분께 보도자료를 통해 “이동전화는 금일 중 70%, 내일 아침까지 90% 복구할 전망이며 유선전화, 인터넷, 카드결제 복구는 통신구 화재연기가 빠진 후 현장 진입이 가능해 1~2일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화재 발생 후 10시간 뒤인 오후 9시 37분, 소방당국은 완전 진화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그날 밤 11시, KT 직원들은 통신구 진입을 시도했지만 소방당국의 불허로 외부작업만 진행할 수 있었다.

■수습 과정

화재는 완전 진화됐지만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는 다음날도 가시지 않았다.

25일 9시 30분 KT는 전날 아현지사 화재로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 사과문자를 발송했다. KT 홈페이지에도 사과문이 게재됐다.

9시 37분, KT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이동전화기지국은 60% 복구됐고, 일반 인터넷 회선은 70%, 기업용 인터넷 회선은 50% 복구됐다고 밝혔다.

오전 10시 30분에는 경찰과 소방당국, 한국전력,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현지사 앞 공동구 화재현장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감식에 착수했다.

감식 결과 지하 1층 통신구 150m 중 79m 가량이 화재로 소실된 사실이 확인됐다.

황 회장은 전날에 이어 25일 오전 KT 아현지사에 재방문해 복구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이번 화재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하며 복구 작업 중인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시 40분 현장에 방문해 KT 관계자 등과 함께 40여 분간 사고 현장을 점검했다.

이날 오후 6시 KT는 기준 인터넷 회선은 97%, 무선은 64% 복구됐고 인터넷은 약 2만5,000가입자 중 21만 가입자의 회선이 복구됐으며 무선은 2,833개 중 약 1,780개 기지국이 복구됐다고 알려다.

오후 8시에는 유무선 피해고객에 대한 보상안으로 유선 및 무선 가입고객 대상으로 1개월 요금 감면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10시 17분께에는 소방당국, 한국전력 등이 제2차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KT는 오전 11시 KT는인터넷 회선은 98%, 무선은 84% 복구됐으며 무선의 경우 2,833개 중 약 2,380개의 기지국이 복구됐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오후 2시경 KT 화재 현장에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주변 소상공인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저녁 6시, KT는 인터넷 회선은 98%, 무선은 86%, 유선전화는 92% 복구됐고 무선은 2,833개 기지국 중 2,437개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다음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무선 96%, 인터넷 및 IPTV는 99%, 유선전화는 92% 복구됐으며 광케이블 유전화의 경우 99% 복구됐다. 다만, 동케이블 유선전화의 복구는 10%에 그쳤다.

29일 오전 9시 22분, 논란이 됐던 피해 보상 방안이 확대됐다. KT는 동케이블 기반 인터넷 이용고객의 경우 총 3개월 이용요금이 감면되고 동케이블 기반 일반전화(PSTN) 이용고객은 총 6개월 동안 이용요금을 면제하겠다고 공표했다.

■화재 원인 여전히 ‘깜깜’…통신 장애도 ‘아직’

KT아현지사 화재 사건이 일어 난지도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신 장애는 일어나고 있다.

이달 3일 기준 구리케이블(동케이블)을 사용한 인터넷과 전화 회선의 복구율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

KT는 완전복구 시점으로 1주일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해 화재 주역 인근 소상공인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동케이블을 사용하는데, 동케이블이 완벽하게 복구되지 않는 바람에 카드결제서비스를 겪고 있고 ATM기나 유선 또는 무선전화 사용 등이 원활하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KT 불통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상점별 피해 신고액은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7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3일 KT 화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및 KT 관계자들과 긴급단담회를 열고 피해 및 보상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KT 관계자는 “LTE나 무선통신은 100%복구가 됐으나, 상인들이 사용하는 동선은 아직 복구가 안 됐다”며 “복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월 25일과 26일 관계 기관의 합동 감식이 진행됐지만,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