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재난, 불타 버린 초연결사회⑥

[컨슈머치 = 송수연 이시현 전향미 기자] 첫 눈이 수북이 쌓였던 11월 24일. 

이례적이라고 평가 할 만큼 첫 눈치고 꽤 많은 양이 서울을 덮었다. 그리고 한 통신사의 화재로 서울 일부 지역은 통신 단절 사태에 빠지게 된다.

KT는 이날 사건 이후 통신망 복구 및 보상안, 향후 대책 마련 준비에 진땀을 뺐다. 이 과정에서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과거 다른 이동통신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통 큰 피해 보상 등에 대해 나름 호평을 받고 있다.

문제는 KT아현국사와 같은 D급 시설에 대한 향후 관리 대책이다.

공포를 느낀 소비자들은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앞다퉈 향후 통신시설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복구·대책 마련 분주했던 KT

화재 사고가 일어난 당일 KT는 즉각적으로 통신망 복구에 나서는 한편, 통신 단절로 피해를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LTE라우터와 무선 결제를 공급하는 등 소상공인 지원책을 펼쳤다.

사고 다음 날 피해 보상안도 내놨다. 피해지역 유무선 가입자에게 1개월간의 요금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

그러자 일각에서는 추가 보상안 마련을 요구했고 이를 수용한 KT는 동케이블 기반 인터넷 가입자에게 3개월의 이용요금을, 동케이블 기반 일반전화 가입자에게 6개월의 이용요금을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전국 네트워크 설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비의무지역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후속대책도 내놨다.

또 향후 재해 발생 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와 협력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3사간 로밍 협력 및 이동 기지국, 와이파이 상호 지원 등도 새 안전 대책 내용에 포함된다.

이후 지난 10일 피해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2차 보상안이 확정됐다.

화재 사고 후 2차 보상안 마련에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업계에서 경영진의 이번 보상안이 통 큰 결정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약관 기준에 없거나 그 기준을 넘어선 결정이었기 때문.

보상안에는 서비스 장애기간에 따른 이용요금 감면과 함께 영세 소상공인 서비스 장애사실을 접수 받아 이를 근거로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화재 이후 나왔던 요금감면 등의 혜택도 포함된다.

KT는 피해 실태 파악을 위해 오는 26일부터 2주 동안 지역 주민센터 68개소에서 직원을 상주시켜 서비스 장애사실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보상 신청을 할 수 있는 소상공인은 여신전문금융법에 의거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해당한다. 또 연 매출 5억 원 이하여야 한다.

앞서 KT는 보상과는 별개로 지난 6일부터 피해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KT 본사 내 구내식당을 오는 28일까지 중단하고, 피해지역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방문하면서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복구가 지연되던 동케이블 복구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동케이블 복구율은 1일 16시 기준 이후 산정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거의 마무리 됐다고 보고 있다”면서 “복구 현장도 열악하고 힘든 작업이라 현장 작업자에게 복구율까지 취합하려고 하는 것은 죄송한 일이기 때문에 1일 이후 따로 집계는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남아 있는 D등급 시설에 대한 대책도 조만간 마련할 방침이다. KT아현국사와 같은 KT의 D등급 통신시설은 전국 354곳이다. 

■ 정부, 정치권도 관련 대책 ‘관심’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KT아현국사와 같은 D등급 통신시설을 포함한 중요 통신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작업은 지난 3일부터 시작됐으며 오는 19일까지 전국 900여개 통신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통신 재난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또 이번 KT아현국사 화재로 병원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져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 등이 마련되고 있다.

실제로 화재가 있던 당일, KT 아현국사 인근 병원의 외부 통신망이 마비가 됐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KT 통신망을 쓰는 의료진과 직원용 콜폰이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전산망 마비 대응책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후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신뢰가 좌우된다”면서 “통신사가 이윤 못지않게 통신의 공공성 확보와 소상공인 피해보상에도 책임을 다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국회도 이번 KT 화재 사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화재를 불러일으킨 18년 된 낡은 등급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은 화재가 있었던 KT 아현국사는 2016년 이후 지난 6월까지 매년 소방불량 지적을 받은 곳이었다고 밝히면서 “적발됐을 때 경각심을 갖고 소방안전관리를 강화했다면 통신구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웅래 의원은 통신사업자들에게 통신시설 ‘등급’ 재조정을 의무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보상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정부의 참여를 독촉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연결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통신 재난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둔감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재난을 야기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현 경영진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단기적 접근이 아닌 광범위한 종합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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