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인' 불완전판매⑨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불완전판매비율은 일정기간 신계약 건수 중 품질보증해지 건수, 민원해지 건수, 무효건수를 더한 값의 비중을 나타낸다.

예컨대 작년 상반기 손보업계 총 신계약 건수 70만788건 중 5,070건이 불완전판매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0.08%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99.92%는 완전판매가 이뤄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불완전판매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 만들어 졌어요"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우선 용어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라는 말 자체가 철저히 판매자 편의에 의해 만들어져 쓰이는 용어라는 것.  

"부실한 설명으로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된 극히 일부분 상품 외에 나머지는 ‘완전판매’가 이뤄졌다는 느낌을 주지요. 그런데 사실은 완벽한 설명과 함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오히려 극소수잖아요"

(출처=컨슈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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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이 보험 하나 들어달라고 부탁하면 가격이 얼마인지 정도만 대충 듣고 가입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따지고 보면 그게 다 불완전판매인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완전판매로 취급하고, 문제가 발생한 일부분만 불완전판매라는 용어로 지칭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거죠"

게다가 불완전판매율은 그야말로 불완전한 판매가 명백히 입증돼 계약이 해지되거나 무효가 된 경우만 해당된다.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으며 부실 판매로 해지를 요구해도, 보험사가 인정해 주지 않으면 불완전판매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불만족/불합리한 처우를 받아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26.2%에 달하는 만큼 피해를 봤어도 그냥 넘기거나 심지어 자신이 불완전판매의 피해를 입었다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실제로 멋모르고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속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상상 이상이다. 즉시연금과 암 보험금 사태 등 불완전판매에 따른 민원으로 보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컨슈머치>는 보험 전문가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과 함께 유독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보험업계 ‘불완전판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조연행 회장은 교보생명에서 16년간 상품개발자로 일하다 2002년 보험소비자연맹(현 금융소비자연맹)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소비자정책 관련 민간 위원으로도 일했으며, 금융소비자연맹에서는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청구 공동소송에도 앞장섰다.

이하 일문일답.

Q. 유독 보험업에서 ‘불완전판매’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가장 큰 이유는 보험이 푸시(Push)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상품은 풀(Pull)형 상품이라고 하며, 보험처럼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권유를 해야만 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 상품을 푸시(Push)형 상품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보험에 들 마음이 없다. 이처럼 가입 할 마음이 없는 소비자들을 가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유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현혹하거나 과장하는 등의 기법이 들어가게 돼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것이다.

또 보험은 권유‧판매하는 설계사가 대개 친지 혹은 지인인 경우가 많다 보니, 상품 자체를 보기 보다는 사람을 믿고 듣는 경우가 많아 부실판매가 자주 발생한다.

수당제도의 문제 역시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 종신보험의 경우 수당이 1300%까지 나온 적이 있다. 상품의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숨겨기는 등 어떻게 해서든지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Q. 다른 나라도 보험업에서 불완전판매가 자주 발생하는 편인지.

설계사 제도를 처음 도입한 나라는 일본이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의 남자들이 전쟁에서 상당 수 사망한 후 전쟁 미망인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국가에서 보험판매 조직으로 활용하도록 육성했다.

이후 설계사 제도가 우리나라와 대만까지 넘어오면서 현재 3개국에서만 해당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과거 가정주부들이 아는 지인들에게 보험을 판매하는 형태로 처음 정착된 이후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영국이나 미국 등 다른 해외 국가는 독립 대리점제도가 워낙 잘 구축돼 있어, 전문성이 강화 돼 있다. 전문성이 있으니 해당 시장에서 소비자 측면의 마케팅을 고려해도 영업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지인을 통해 보험을 가입했음에도 보험금을 타야 할 시점쯤에는 이미 그만둔 상태라는 것이다. 1~2년 판매하다가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이 다시 채워지는 구조로 돌아가다 보니 일단 팔면 그만 일 뿐, 책임감이 부족하다.

Q. 보험업 채널 중 특히 TM채널에 유독 ‘불완전판매 온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것 같은데, 그 이유.

2000년대 홈쇼핑이나 케이블TV 방송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보험 광고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 뒤 텔레마케터를 통해 보험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TM채널이 보험업계 메인 채널로 급부상하게 된다. 보험설계사들이 귀찮게 찾아오거나 영업하는 것을 꺼리고 시간 뺏기는 걸 원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니즈와도 부합했다.

그러나 판매자와 직접 대면한 상태로 약관을 살펴보며 구매해도 상품 내용을 다 파악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직 전화로만 이뤄진다 자체가 태생적으로 상당히 미흡한 채널일 수밖에 없다.

TM채널에 적합한 상품은 따로 있다. 예컨대 ‘사망 시 1억 원 지급’ 등 종신보험처럼 약관이 복잡하지 않고 보장 내용이 간단한 상품은 TM채널을 통해서도 충분히 완전판매가 가능하지만, 일반 설계사들이 판매하는 것처럼 까다롭고 복잡한 상품들은 TM채널로 가입할 경우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Q. 지난해 금융당국은 다양한 개선 방안을 내놨는데, 그 실효성에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소소한 문제의 해결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본적 TM채널이 갖고 있는 한계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Q. 반대로 소비자들이 부주의한 경우도 있지 않나.

많이 있다.

심지어 나조차도 그럴 때가 있다. 한번은 운전자보험을 가입하려는데 너무 귀찮은 거다. 전화기를 붙잡고 30분 내지 1시간을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짜증도 나고.

텔레마케터는 열정을 다해 보험상품을 설명하는데, 받아주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뺏긴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텔레마케터는 모두 설명하고 녹취까지 돼 있지만, 소비자는 전화기를 방치한 채 아무것도 듣지도 않고 가입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된다.

(출처=컨슈머치)
(출처=컨슈머치)

Q. 그러다보니 최근 금융당국은 전화로 보험 가입할 때 꼼꼼히 들으라는 등 소비자가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주는데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금융당국은 자신들의 역할을 잘 생각해야 한다.

계약은 보험사와 소비자 둘이 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있는 상품은 정부가 ‘안전하다’ 혹은 ‘믿을 만하다’고 인가해주는 상품이다.

다시 말해 사기성 상품이 아니라 사업비, 보험급부, 보험료 등을 적정하게 산출한 상품이라고 판단했기 인가를 내준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보험상품을 인가하는 과정에서 약관이나 안내장 등을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검증을 해서, 소비자들이 설사 대충 설명을 들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믿음을 갖고 가입해도 문제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Q. 불완전판매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금융당국은 소비자들 스스로 위험을 피해가라 조언을 하는 ‘코치’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공급자가 소비자를 속여 허위로 가입시키고, 소비자가 피해를 본 뒤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금감원에 민원 제기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면 시장이 잘못된 것이다.

지금의 보험시장이 그런 꼴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첫 번째 책임이 정부 당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Q.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보험사가 기울여야 할 노력은 무엇인가.

제조업은 물건을 만들어 팔면, 소비자는 일회성으로 돈을 내고 사면 끝이다. 그러나 보험은 계약만 체결하고 보험료를 계속 내다가 사고가 발생해야지만 그때 비로소 효용이 발생된다.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어쩌면 그 효용을 보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보험사의 본분 무엇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질병, 재난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죽거나 다쳐 빚의 나락으로 빠진다든지 정상적인 가정경제가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는 사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역할을 보험이 일부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세제혜택도 부여하고 보험사가 사업비를 많이 가져가도 용인해주는 것이다.

보험사가 사회보장 성격을 띤 공익적 회사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고,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소비자가 낸 보험료는 보험사의 것이 아니다. 관리를 통해 이익을 늘리고 수수료 외에는 소비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다수의 보험사들은 현재 자기들 호주머니에 들어왔으니 자신의 돈이라는 듯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으려는 본분을 망각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험산업의 명분을 분명히 알고 경영을 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불완전판매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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