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대한민국⑤

[컨슈머치 = 김은주 박지현 기자] “작년까지는 농담처럼 했던 말인데, 이제는 진지하게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고 있어요. 유난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삶의 질도 너무 떨어지고, 뿌연 창밖을 보면 곧 태어날 아기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

올해 5월 초 출산을 앞 둔 김유정 씨(여 33세)는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인 날이 계속되자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환기도 제대로 못 시키는 집에서 하루 종일 보내다 보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아이 키울 생각에 걱정은 커진다.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는 김 씨처럼 미세먼지로 인해 자녀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이민을 고려하는 부모의 글이 부쩍 늘고 있다. 캐나다·뉴질랜드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적인 정보를 구하거나 이민 상담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주요 선진국의 도시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 LA보다 1.5배 높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보다 각각 2.1배, 2.3배 높았다.

미세먼지를 피해 아이를 데리고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는 부모들. 내 아이의 안전을 위해 과연 현실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출처=환경부)
(출처=환경부)

■“긴 옷‧마스크‧보안경” 영‧유아/어린이 미세먼지 공습 대응법

미세먼지가 ‘나쁨’(미세먼지 81~150㎍/㎥, 초미세먼지 51~100㎍/㎥)을 나타내더라도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가벼운 외부활동은 큰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영·유아는 면역체계, 호흡기계 등이 미성숙해 미세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체중 당 호흡량이 성인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기오염을 들이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뇌가 아직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성장 및 발달 지연은 물론이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소아비만, 성조숙증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 또는 ‘매우나쁨’인 경우, 어린이 등 건강 취약 계층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야 하고 외부의 미세먼지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아이 건강을 위해 실내 청소를 하는 경우에는 청소기 대신 물걸레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공기청정기 및 가습기를 가동시키고,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도록 아이에게 물을 충분히 먹이고, 항산화 작용이 있는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야채를 섭취하게 하는 것도 좋다.

부득이 외출을 해야 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모자‧긴소매 옷‧보안경 등을 착용해 신체 노출부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만약 외출 시간이 길어진다면 모바일 앱 ‘우리동네 대기질’ 등을 통해 수시로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하며 대응해야 한다.

외출하고 돌아온 뒤 곧바로 아의 손과 얼굴, 귀 등을 깨끗하게 씻겨야 한다는 건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출처=환경부)
(출처=환경부)

■신생아용 마스크는 따로 없나?

답부터 말하자면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전용 마스크는 따로 없다. 말 못하는 아기들에게 방역용 마스크는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

일부 아기용 마스크를 판매하는 업체 측에서는 사용 연령에 대해 12개월 이후부터로 권장하하고 있으며 아기가 답답해하지 않는지 부모가 수시로 확인할 것으로 조언한다.

마스크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갓난아기들을 위한 마스크를 따로 출시하지는 않고 있다”며 “업체들마다 이유가 다를 수도 있지만 성인들 중에도 마스크를 쓰면 숨 쉬는 게 어렵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 호흡이 약하고 컨트롤이 불가능한 아기들의 경우 심각한 위험성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그럼에도 어린이나 영유아의 미세먼지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마스크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갓난아기들은 외부활동을 아예 안 하는 것이 정답일까? 예컨대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가야 할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면 차라리 병원을 가는 것을 미뤄야 하는지 엄마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외출을 자제하기보다 부모의 상황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출에 앞서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신체적 조건 차이에 따라 개개인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 크다는 것.

서울환경운동연합 이민호 활동가는 “미세먼지는 단시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노출됐을 때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물질”이라며 “아이들의 경우 성장기이다 보니 성인보다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크지만 이 또한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몇 이상이면 위험하고 몇 이하일 때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나가지 말아야한다 단정 짓는 것 보다는 반드시 외출이 필요한 일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라며 “전문가 입장에서도 개인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측면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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