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대한민국⑥

[컨슈머치 = 김현우 박지현 기자] 미세먼지로 인해 하루가 멀다하고 뿌연 하늘이 계속되고 있다. 

또 겨울철 난방으로 답답한 실내 공기 때문에 환기를 하려해도 미세먼지가 마음에 걸린다. 안이나 밖이나 공기 걱정이 만성이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를 찾고 있다. 요즘에는 필수 가전 제품을 꼽을 때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만큼이나 공기청정기도 빠지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역대급 미세먼지가 예보됐던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 늘어났다.

소비자 요구에 맞춰 삼성, LG 등 대기업과 위닉스, 쿠쿠 등 중견 업체, 샤오미 등 외국 기업까지 다수의 가전 업체들은 다양한 공기청정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공기청정기의 종류만 해도 2,400가지가 넘는다. 같은 모델이더라도 집 크기나 기능 차이가 있는 탓이다. 가격대 역시 20만 원대부터 100만 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제품들에 어려운 단어까지 소비자들의 선택이 쉽지만은 않다. 도대체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봐야 하는 걸까.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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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청정기, 뭘 봐야 하나

공기청정기란 실내 공기를 여과시켜주는 기계로 공기를 빨아들여 미세한 먼지와 세균류 등을 걸러내고, 깨끗해진 공기를 기기 밖으로 방출하는 집진(集塵) 장치다.

다양한 상품만큼이나 먼지 등을 걸러내는 방식도 다양한데, 업계에 따르면 ▲오염된 공기를 필터로 걸러 정화하는 ‘필터식’ ▲물에 먼지를 흡착시키는 ‘물필터식’ ▲전기적 성질을 이용해 먼지에 다른 물질을 달라붙게 해 가라앉히는 ‘전기집진식’ ▲음이온을 방출하는 ‘음이온식’ ▲위의 방식을 2~4가지 결합한 ‘복합식’ 등이 존재한다.

소비자가 가장 흔히 접하는 방식은 ‘필터식’이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할 때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필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터는 여과성능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 있다. 보통 10~12등급을 ▲에파등급(EPA, 표기법 E10‧E11‧E12) ▲13~14등급을 헤파등급(HEPA, H13‧H14) ▲15~17등급을 울파등급(ULPA, U15‧U16‧U17)이라고 한다.

공기청정기 필터 등급
공기청정기 필터 등급

에파등급의 경우 0.5~1마이크로미터(이하 ㎛, 100만분의 1m)의 세균·먼지를 걸러낼 수 있으며, 헤파등급은 0.3㎛의 세균‧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 울파등급은 헤파등급처럼 0.3㎛의 불순물을 걸러낼 수 있으며, 제거율(여과성능)이 더 높은 편이다.

에파등급 필터의 경우 95% 수준의 여과성능을 갖고 있으며, 헤파등급의 경우 공기 중에 존재하는 불순물을 99.75%수준의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파등급은 99.99% 이상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에파등급과 헤파등급의 제거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에파필터로 2번은 걸러야 헤파필터 수준의 제거율을 보인다고 한다.

또 에파등급 필터의 경우 공기 중 바이러스를 걸러내지 못한다. 독감이 유행할 경우 헤파등급 이상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필터 성능이 좋을수록 전력소모량이 늘어나게 된다.

필터를 확인했다면 뒤이어 ▲CA인증마크나 ▲청정 공기 공급 비율을 확인하면 된다.

CA인증마크는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제정한 실내공기청정기 단체표준(SPS-KACA002-132)의 인증 심사 기준을 통과했다는 단체표준 인증이다. 주로 국산제품에 적용돼 있다.

청정 공기 공급 비율(CADR)은 Clean Air Delivery Rate의 약자로서 공기청정기에 걸러진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많이, 빠르게 퍼져나갔는지를 확인하는 지표를 의미한다. 주로 수입 공기청정기에서 볼 수 있는데 단위는 ‘㎥/min’이다.

이 외에 영국 알레르기 재단 협회의 인증 마크인 ‘Allergy UK 스티커’라는 것도 존재한다. 이 인증은 헤파등급 이상 공기청정기에 부여되며, 바이러스나 알러지 유발 물질을 몇 종류나 제거해주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지표다.

CA인증마크(출처=한국공기청정협회)
CA인증마크(출처=한국공기청정협회)

여기까지 확인했다면 다음은 ▲표준사용면적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소음 등을 확인하면 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사용면적(㎡)이다. 실제 사용 공간에 맞는 제품을 고른다면 전력 소모량이나 소음 등을 한 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사용면적이란 공기청정기가 1분 동안 실내 오염도를 기존 대비 약 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면적을 의미한다. 공간 대비 표준사용면적이 적은 공기청정기는 공기 정화 능력이 떨어질뿐더러 전력 소모도 심한 만큼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실제 사용 면적 대비 약 130%의 표준사용면적을 가진 공기청정기를 추천하고 있다. 가령 실제 사용 면적이 50m²이면, 최소 65m²의 사용 면적을 가진 공기청정기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소음에 민감하거나 전련 소모를 아끼고 싶다면 실제 사용 면적 대비 2배 수준의 표준사용면적을 가진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된다. 효과적인 공기청정을 위해서는 최대출력으로 틀어놓으면 되는데 실제 사용 면적이 절반 수준이라면 중간 출력으로도 충분히 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업계 한 관계자는 구입 후 유지관리비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공기청정기는 구매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연간 유지 및 관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마다 필터 성능에 따른 교체 주기도 다르므로 렌탈보다 일시불 구매가 경제적으로 이득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공기청정기, 어떻게 사용하면 효과 있나

공기청정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실내 면적 대비 130% 이상의 표준사용면적을 가진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표준사용면적이 큰 1대의 공기청정기보다는 작은 2대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컨대, 59.5m²(약 18평) 수준의 공간에서 사용할 예정이라면 77m²이상 공기청정기 1대보다는 39m² 수준의 공기청정기 2대를 사용하는 편이 공기 정화가 더 빠르다.

하지만 필터 교환 등이 번거롭고 전기세가 더 많이 나오므로 2대 이상의 공기청정기를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는 시간대별로 공기청정기의 위치를 바꿔주면 된다. 공기청정기를 어느 한 곳에 설치해 놓는 것보다 장소를 옮겨가며 사용할 경우 공기청정기 1대로 3~4대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낮시간엔 거실, 수면시엔 침실로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

창문을 닫아 놓고 공기청정기를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사용법이다. 창문을 열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경우 공기청정기가 실외의 오염된 공기까지 정화하려 하면서 오히려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실내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 흡입구를 가전제품 쪽으로 향하는 편이 좋다. 미세먼지는 TV 등 전기가 흐르는 전자제품 주위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만약 공기청정기 흡입구를 전자제품을 향하게 놓아둔다면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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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요리를 할 때는 공기청정기를 잠시 꺼놓는 방법이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요리할 때에 실내먼지가 200㎛/m³까지 치솟는다. 이 때 공기청정기를 켜면 단시일 내에 정화필터가 망가진다. 조리할 때는 공기청정기 대신 환풍기를 돌리고 연기와 냄새가 빠져나간 후 다시 켜도록 하자.

가습기와 함께 쓰지 않는 방법도 있다. 가정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습기는 초음파 가습기로 수증기가 아니라 미세한 물방울을 방출한다.

미국 에어로졸과학기술 저널에 실린 논문 ‘에어로졸의 크기분포 측정(Measurements of the Size Distribution of Aerosols)’에 따르면 초음파 가습기를 통해 발생한 물방울은 직경 중간 값이 약 2.9㎛인 입자이며, 건조된 상태에서도 직경 중간 값이 약 0.11㎛인 입자이다.

0.3㎛의 입자까지 걸러내는 헤파 필터를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는 물방울을 필터로 잡아냄으로써 필터를 눅눅하게 만들어 필터에 진균류(곰팡이) 등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겨울에 가습을 위해 초음파 가습기를 이용할 경우 필터식 공기청정기는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가열식이나 기화식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아주 건조한 상황인 경우에는 상관없다.

필터의 수명과 청소주기를 잘 지켜주는 것 역시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필터를 갈아달라는 신호가 들어오거나 그럴 시기가 되면 반드시 필터를 갈아주도록 한다.

만약 공기청정기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이는 청소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확률이 높으므로 2개월에 한 번 정도는 청소를 해주자.

업계 관계자는 “벽에 밀착시키지 말고 10cm 이상 간격이 두는 것이 좋으며, 공기 순환이 잘 되는 장소에서 가동될 때 가장 성능을 잘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면 중에는 잠자리에서 1m 이상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며 “공기청정기에서 나오는 바람 등이 강하지는 않지만 수면 중에는 체온이 떨어져 추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주 껐다 켰다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24시간 켜두는 편이 공기청정기를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또 감전과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에 공기청정기 위에 소품을 올려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공기청정기 돌리면 환기는 필요 없다?

위에 모든 사안을 염두하고 공기청정기를 구매해서 집에 놔뒀다면 더 이상의 환기는 필요 없을까. 아쉽게도 환기는 꾸준히 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매우 높은 날이라 할지라도 실내에서 기름 등을 사용한 요리를 했거나, 흡연을 한 경우 실내 공기가 더 나쁠 수 있으므로, 환기를 해야 한다. 이 경우 3분 이내로 하고 환기 후 먼지가 쌓이기 쉬운 곳을 물걸레 등으로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출처=Wallhere
출처=Wallhere

서울환경운동연합 이민호 활동가는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필터로 걸러주는 장치”라며 “그 외에 공기청정기가 걸러주지 못하는 물질들이 많기 때문에 환기는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공기청정기만 사용하면 실내 공기질 100% 깨끗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공기청정기만 너무 믿지 말고 적당한 환기를 병행하는 것이 가정 내 건강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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