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르노삼성차 노조가 역대 최장 파업 중인 상황에서 모기업 프랑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차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 부회장은 지난 1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현장 근로자에게 약 3분 분량의 영상을 발송했다.

로스 모저스 부회장은 영상을 통해 르노삼성차 노조에 파업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노조 모범생의 변화

원하는 바가 있을 때 불법 파업까지 서슴지 않는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완성차업계에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모범생’으로 불렸다. 타 업체 노조에 비해 합리적인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르노삼성차 노조는 달라졌다. 지난해 6월, 노사 양측의 첫 상견례에서 노조는 기본급을 대폭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구했고,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7일까지 부산공장에서 28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시간으로 치면 104시간이다. 이는 르노삼성차 노조가 설립된 2011년 이래 최장 시간 파업이다.

약 5,000대 가량의 생산 차질도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의 한 달 생산량은 약 2만 대 수준이다. 파업으로 인해 25%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겪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박종규 새 노조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노조는 더욱 강경해졌다. 실제로 올 해들어 파업시간이 늘었다. 지난해엔 주간조와 야간조가 2시간씩 부분 파업을 했다면 지난 1월부터는 4시간씩 파업하고 있다.

이렇듯 파업의 강도가 높아지고 더욱 잦아지자 로스 모저스 부회장이 나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로스 모저스 부회장은 영상을 통해 “엔진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 르노삼성차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며 “부산 공장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 경쟁력이 우선이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출처=르노삼성자동차
출처=르노삼성자동차

■ 르노 부회장의 구조조정 예고?

업계 관계자들은 르노 그룹의 최고위급 임원이 영상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부회장의 공개 경고가 심상찮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로그 후속 모델 배정 후보군에서 르노삼성차가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에 우호적인 카를로스 곤 전(前) 회장이 소득 축소신고 등의 혐의로 일본에 구금되면서 회장직을 잃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산공장의 닛산 로그 물량 배정은 르노삼성차에 우호적이던 곤 전 회장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이는 르노삼성차 관계자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우려가 실현된다면 르노삼성차의 매출은 급감하게 된다. 실제 지난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총판매대수 22만7,577대의 절반가량인 10만7,245대(47.1%)가 닛산 로그였다.

영업이익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닛산 로그 생산 물량 배정 이전인 2011~2012년 르노삼성차는 내수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공장가동률이 떨어져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닛산 로그 이후 신차 배정이 안됐다고 가정하면 부산공장의 가동률은 현재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로스 모저스 부회장이 영상을 통해 우회적으로 부산공장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현재 르노그룹은 전 세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소속 52개 공장 중 물량을 배정할 만한 공장을 결정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부산공장이 파업을 계속하게 될 경우 생산 신뢰성 등 공장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부회장이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의미가 내포된 경고를 했다기보다는 우려와 당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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