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차는 '레몬'입니까④

[컨슈머치 = 송수연 박지현 기자]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면서 자동차 소비자의 권익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 성수현 간사는 레몬법이 소비자 피해 구제의 길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현행 레몬법 내용을 따져봤을 때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컨슈머치>는 성수현 간사를 만나 레몬법의 한계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송수연 기자 소비자들이 레몬법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부탁드립니다.

성수현 간사 간단히 말해 하자가 발견된 자동차가 법에서 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했을 때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중재 절차를 밟는 제도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송수연 기자 인터뷰 전에 저도 레몬법을 훑어 봤는데요. 소비자들이 레몬법을 통해 보상을 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던데요.

성수현 간사 소비자는 당장 레몬법이 시행되면 신차에서 하자를 발견했을 때 쉽게 환불이나 교환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중재 절차를 밟으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다 충족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송수연 기자 지금 말씀하신 레몬법에 적용을 받으려면 어떤 요건들이 있나요.

성수현 간사 일단 주행거리는 2만㎞ 이하여야 하고, 차를 인도 받은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여야만 가능합니다.

△중대 하자가 2회 발생해 수리했음에도 같은 하자가 재발할 경우 △또는 일반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 후에도 같은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에 포함돼야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총 수리기간이 30일이 넘어야만 중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입니다

송수연 기자 이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것은 결국 레몬법을 적용받을만한 차량이 얼마 없겠는데요. 

성수현 간사 맞습니다. 단순히 하자가 발생했다고 레몬법을 적용받는 것이 아니고, 아예 중재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론적인 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송수연 기자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겠지만 더 문제는 여전히 완성차 업계에서는 계약서에 레몬법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데요.

성수현 간사 레몬법을 명시하지 않은 제조사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언론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계약서에 레몬법을 명시하는 문제가 사적 계약의 영역으로 정부가 강제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현행 레몬법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정부도 쉽게 개입하기 어렵고 제조사가 자연스럽게 레몬법을 적용하기를 기대한 정도로 보여집니다.

 

송수연 기자 수년 전부터 완성차 업계는 레몬법을 적용하면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가 우려스럽다면서 도입을 부담스러워 했는데,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성수현 간사 지극히 제조사 측면의 논리로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소비자들의 공분을 자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레몬법이 다수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겨우 중재 단계까지 이를 수 있는 제도인데 이를 소비자가 악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보입니다.

 

송수연 기자 앞으로 레몬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자동차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텐데, 미흡한 부분이 있을까요 

성수현 간사 녹·부식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하자는 소비자가 신차를 인도 받을 때 아무리 꼼꼼히 점검하더라도 놓칠 수 있거든요. 사실 뜯어보지 않는 한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레몬법은 차를 인도 받은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까지만 적용되니까 1년이 지난 후 발견하면 레몬법 중재를 받기 힘들어요.

더구나 제조사의 입증 책임도 인도 후 6개월 이내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이 기간이 지나면 소비자가 하자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죠.

송수연 기자 미국의 레몬법은 보다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성수현 간사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행거리나 레몬법 적용 기간 등이 소비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규정돼 있어요. 미국은 집단소송이 가능하고 징벌적배상제도가 있어서 소비자 권리 실현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송수연 기자 우리나라 레몬법이 어떻게 개선이 되면 좋을까요

성수현 간사 레몬법을 이제 막 도입한데다, 미흡한 부분도 많아 불완전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미국 수준의 요건 개선과 집단소송제도, 징벌적배상제도 등이 도입돼 시너지를 내야 자동자 소비자 보호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수연 기자 걸음마를 뗀 레몬법이 대한 총평을 해주시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성수현 간사 없는 것 보다 나아요. 하지만 신차 하자 피해를 무조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레몬법이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신차에서는 결함이 발생하지 않으면 되죠.

국토교통부가 의지를 가지고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제조사에 대한 형사 처벌 및 엄중 조치가 이뤄진다면 지금 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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