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유료방송업계 꼴지였던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전격 인수하면서 KT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CJ ENM이 보유한 케이블TV업체 CJ헬로 지분을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인수 조건은 CJ ENM의 CJ헬로 지분 53.92% 중 50% + 1주를 8,000억 원에 인수하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이사회 의결에 이어 CJ ENM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번 인수 추진과 관련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교두보 마련을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고착화 된 통신·방송 시장의 경쟁 구도에서 LG유플러스가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CJ헬로는 케이블TV 1위 업체로 가입자 420만 명(2018년 4분기 기준)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78만여 명, 알뜰폰 가입자 19만여 명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인터넷(IP)TV 등을 포함한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13.02%의 점유율을 보이며. KT(30.86%)와 SK브로드밴드(13.97%)의 뒤를 잇는 3위 사업자다.

LG유플러스는 11.41%의 점유율로 유료방송 시장 4위에 위치해있었는데,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24.43%의 점유율을 가진 2위 사업자로 거듭났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확정짓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정부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함 심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수합병 심사 승인 절차 등만 남은 상황인데, 공정위가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LG유플러스는 큰 문제없이 CJ헬로 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 인수로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5G(5세대 이동통신)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 등의 서비스를 접목한 다양한 방송 융합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출처=Pixar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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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서 IPTV사업을 강화함에 따라 경쟁사인 KT와 SK텔레콤도 인수합병을 통한 몹집 키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넷플릭스 영향력 증가 등 동영상 콘텐츠 수요 증가로 인해 무선통신 실적이 하락하는 반면, IPTV는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KT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는 6.45%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업체다.

SK텔레콤 역시 지난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케이블TV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상황. 이로 인해 SK텔레콤도 딜라이브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업계는 추정한다.

다만 SK텔레콤이 딜라이브를 인수한다 해도 시장 점유율이 20.42%에 불과해 헬로CJ를 인수한 LG유플러스에 비해 점유율이 낮다. 이에 일각에선 9.86%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티브로드’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검토함에 따라 통신사의 케이블TV업체 인수합병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합산규제란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33% 제한하는 제도로 업계에 따르면 위성방송까지 소유한 KT를 겨냥했던 법이다.

만약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KT는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없다. 합산 시장 점유율이 37.31%로 합산규제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KT 관계자는 “KT는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국회에서 합산규제가 논의 중인데, 규제가 다시 부활할 경우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규제 기준을 넘어가는 만큼 향후 예정에 대해서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산규제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KT의 인수합병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KT의 경우 1위 업체인 만큼 정부 심사과정이 훨씬 까다로울 것”이라며 “경쟁사의 견제 역시 KT 인수합병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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