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정부가 바라는 ‘3월 세계 최초 5G 통신 상용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열고 지난달 27일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이 신청한 5G 이용약관 인가를 반려키로 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자문위는 이용약관인가 심사기준에 따라 요금 적정성, 이용자 이익 저해 및 부당한 차별 여부 등을 검토했다”며 “SK텔레콤이 신청한 5G요금제는 데이터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커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SK텔레콤이 제출한 5G요금제가 고가 위주로 구성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만큼 중‧저가 요금제를 추가해 요금제의 다양성을 부여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에 신청한 5G이용약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지난달 바르셀로나 MWC2019에서 “LTE 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기가바이트(GB)당 보다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업계는 7~10만 원 이상의 금액으로 5G 데이터를 일정량 사용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LTE 속도로 완화되는 요금제를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대용량 데이터를 소비하는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 요금제인 셈이다.

출처=SK텔레콤
출처=SK텔레콤

일각에선 정부가 단순히 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SK텔레콤의 5G 이용약관 인가를 반려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5G 이동통신 요금을 두고 시민단체와 정부, 국책연구기관이 의견을 나누는 ‘5G 시대, 가계통신비 부담 어떻게 낮출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된 바 있다.

당시 시민단체는 생활 필수재로 자리 잡은 통신이용권을 기본권보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하고, 5G 서비스를 빌미로 과도한 요금 인상이 이뤄져선 안 된다며 정부도 5G 요금제 인가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역시 이런 시민단체의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또 SK텔레콤은 인가 사업자로 요금제 등을 정부로부터 허가받아야 한다. KT나 LG유플러스가 신고만 하면 되는 만큼 SK텔레콤의 요금제는 향후 다른 이통사들의 요금정책 기준으로 작용한다.

정치권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통신비 요금인상에 대한 반발과 SK텔레콤이 업계 요금정책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의식한 정부가 SK텔레콤에 요금제 가격 인하 압박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동통신 사업자는 억울하다. 5G 서비스 초기 단계인 만큼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투자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5G의 경우 4G LTE 때 보다 1.5~2배가량 투자비가 더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업계는 정부가 5G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어째서 150만 원이 넘어가는 5G폰을 이용하려는지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며 “결국 5G는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초저지연으로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프리미엄 서비스인 셈인 만큼 중‧저가 요금제를 만들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가계 통신비 부담을 신경써야하는 정부와 5G 상용화에 필요한 재원을 고려했을 때 중‧저가 요금을 내놓기 힘든 이동통신사 간에 갈등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SK텔레콤의 인가 재신청이 늦어져 3월 말 5G 상용화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다시 신청해 자문위원회가 심의 후 결과를 권고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과기부가 인가 여부를 사업자에 통지한다”며 “빠르게 관련 절차를 진행해 세계 최초 상용화 개시에 지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인가 과정 중에 있어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다만 정부로부터 권고사항을 받은 이후에 향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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