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배달 중①

“오늘은 뭘 먹을까?”

[컨슈머치 = 김은주 박지현 기자] 이제는 정말 안 되는 게 없다.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삼겹살부터 삼계탕, 와플, 아이스크림, 팥빙수까지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음식이 식탁에 올라온다. 스마트폰 속에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있으면 말이다.

배달앱의 탄생은 몇 년 사이 대한민국의 배달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기껏해야 치킨, 피자, 짜장면 등 소수의 배달 전용 음식점들이 뿌린 전단이나 소책자를 뒤적거려 직접 전화를 걸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배달앱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2013년, 초기에는 참 말고 많고 탈도 많았다. 소비자와 점주 중간에 엉뚱한 업체가 끼어 수수료를 뜯어간다는 비난이 들끓었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광고·마케팅 과열 경쟁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 와중에 배달앱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높은 수수료를 많이 받으면서도 그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배달앱은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히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6년 만에 20배? 몸집 커진 배달앱 시장

2019년 현재 배달앱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도태되기는커녕 오히려 대한민국은 현재 ‘배달의 시대’로 불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자수는 2013년 87만 명, 2014 306만 명, 2015년 1,046만 명으로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배달앱 이용자 수는 2,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은 배달앱을 이용한 셈이다.

배달앱 시장 거래금액도 2013년 3,647억 원, 2014년 9,831억 원, 2015년 1조5,065억 원으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배달앱 시장거래 규모는 약 3조 원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올해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출처=미래에셋대우 보고서 '2018 배달의 시대: 신유통의 본격화')
(출처=미래에셋대우 보고서 '2018 배달의 시대: 신유통의 본격화')

현재 배달앱 시장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 중인 ‘요기요’·‘배달통’ 세 업체가 파이를 양분하고 있는 독과점 형태다.

6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의 경우 지난해 12월 앱을 통한 주문 건수가 2,700만 건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5월 300만 건을 돌파한 이후 9배나 성장한 수치다.

우아한 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모두 이륜차 배달 시장까지 진출하며 배달 시장 내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은 자체 배달대행 회사 2015년 배민라이더스를 설립했고 같은 해 월평균 35만~40만 건 배달을 수행하는 두바퀴콜을 인수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2017년 푸드플라이를 인수했으며 2018년 이륜차 배달대행 1위 업체 바로고에 300억 원 수준의 투자를 진행했다.

■ 나홀로족 증가·임대료 상승 등 ‘복합적’

우리나라에서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일단 우리나라는 음식 배달이 활성화된 시장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 음식 배달에 적합한 높은 인구밀도, 배달 음식을 즐기는 야식 문화 등은 단 기간에 배달앱이 자리 잡는데 큰 몫을 했다.

여기에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인 ‘나홀로족’ 증가로 늘어나는 배달음식 수요는 배달앱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출처=미래에셋대우 보고서)
(출처=미래에셋대우 보고서)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는 2016년 기준 약 540만 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수(1,936만8,000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 27.9%로, 2인가구(26.2%)‧3인가구(21.4%)‧4인가구(18.3%)‧5인 이상 가구(6.2%) 등보다 오히려 비중이 높다.

이처럼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배달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의 구매력이 확대될수록 배달 음식 시장이 커져 배달앱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최근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고정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점포를 소규모로 줄이고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배달앱 채널이 커지는 이유다.

뜻밖의 미세먼지 공습도 배달앱 성장을 돕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이달 초 사흘 동안 주문량이 334만 건으로 전 주보다 7.5% 늘어, 평소 3월 초 주문량이 감소했던 현상과 정 반대 흐름이라고 밝혔다. 요기요도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배달 주문량이 지난달 8일부터 10일과 비교했을 때 2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요리 후 환기가 불가능하고, 외출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식사도 간단히 배달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배달앱은 ‘편리함’을 최대 무기로 소비자들의 일상의 스며들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배달앱, 배달 산업까지 바꾸는 O2O의 힘’ 보고서를 통해 “O2O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배달앱은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서비스를 편리하게 만드는 O2O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서비스”라며 “소비자들의 의식과 행동은 명확히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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