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 강세인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선전이 눈부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SUV를 총 15만5,082대를 판매하며,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2011년 10%를 돌파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곧 7%에 맴돌던 점유율이 이번 분기에 8%대를 회복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각 업체의 세부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우선 현대차의 경우 올해 1분기 SUV 시장 점유율이 3.9%를 기록했다. SUV 판매비중도 절반을 넘어선 50.1%를 기록했다. 코나와 투싼, 싼타페의 판매량 증가가 주요했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코나는 누적 6만5,000대 이상 판매됐다.

기아차는 북미 전용 차종인 ‘텔루라이드’가 전체 실적을 견인한 모양새다. 텔루라이드는 출시 2개월 만에 5,395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계기로 올해 1분기 미국 SUV 시장 점유율이 4.1%로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점유율인 4.0%보다 높은 수치이다.

기아차 대형 SUV '텔루라이드'(출처=기아자동차)
기아차 대형 SUV '텔루라이드'(출처=기아자동차)

■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회복…장점 많은 현지 생산 덕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회복의 주된 원인은 자동차를 현지에서 생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텔루라이드가 현지생산의 장점을 담은 대표적인 예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텔루라이드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상품성을 지녔다”며 “미국 경쟁 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파워트레인과 기능 등 장점이 많은 모델이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생산의 경우 공급 차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사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차량 공급 차질의 가장 큰 원인은 노동조합 파업이다. 현대차의 경우 2014~2018년까지 5년간 노조 파업으로 인해 7조5,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기아차 역시 수 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생산 차질 역시 최소한 수 만대에 달한다.

실제 기아차의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유럽시장에서 기회를 놓친 전적도 있다.

지난해 유럽시장 순수전기차량 판매량은 20만1,284대로 전년 대비 48.2% 급증했다, 특히 4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88.7% 폭증한 5만1,987대 수준이었는데, 이 때 기아차는 니로EV, 쏘울EV 등을 공급 부족으로 제대로 판매하지 못했다.

당시 에레라 기아차 유럽지역 CEO는 “공급 제약이 없었다면 쏘울EV를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을 합친 것보다 많이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기아차는 전기차 등을 유럽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아차 측은 어디서 어떤 차량을 얼마나 생산할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위기극복’ 위해 현지생산 늘리려는 사측 vs ‘일자리 보전’ 국내 생산 요구하는 노조…“일자리發 노사갈등 시작되나”

아무튼 텔루라이드는 북미에서 성공했으며, 전기차의 경우 유럽 현지 생산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확인됐다. 사 측 역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진 않고 있으나 현지 생산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조의 욕심이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텔루라이드의 미국 현지 생산 중단 및 국내 생산을 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등 완성차 업체들의 고용 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국내 물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지키기 차원에서 국내 생산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고용안정 방안 요구를 위해 도를 넘은 요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측은 “단체협약에 따라 전 노조 집행부에 텔루라이드를 북미 전용으로 개발·생산한다는 계획을 설명했기 때문에 노사간 위반사항이 없다”며 “국내의 경우 모하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개발에 주력하자는 방향으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텔루라이드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아직까진 잠잠한 편이나 업계는 올해 임단협 핵심이 ‘일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9일 발행한 지부 소식지를 통해 “올해 단체교섭 승리와 고용 안정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고용 안정에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아차 역시 고용안정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사측에 앞으로 투입될 신차와 후속 생산 차량을 제시하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의 전개 계획 등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가 득세하고 공유경제 등이 들어오면서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업체는 생산직에 대한 전환배치나 교육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이를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경영권, 인사권 등 초월적인 요구만을 사 측에 할 것이 아니라 현재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노력과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변해가고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 또한 이를 바라만 보지 말고 중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