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모터쇼 유람기⑥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올해 서울모터쇼는 예년에 비해 많이 가라앉은 느낌이다.

올해 모터쇼는 참가업체 규모만 보면 역대급이다. 총 227개 업체가 참가했는데 이정도면 메이저 모터쇼에 견줄만하다. 특히,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는 서울모터쇼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CES)와 같은 행사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혀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광고도 충분했고, 친환경차나 자율주행차 등 이슈도 충분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 들어서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소문과 실제가 다르다는 뜻인데, 이번 서울모터쇼가 딱 그 꼴이었다.

조직위가 밝힌 포부가 있는 만큼 당연히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완성차 업체들을 전부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6개사뿐이다. 그나마도 현대기아차 계열사가 3개나 돼서 국내 업체만으로는 모터쇼의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 탓에 수입차 업체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이번 모터쇼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오는 21일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새로운 차량을 2개나 선보이면서 말이다.

슈퍼카업체 역시 대부분 참가하지 않았다. 슈퍼카는 모터쇼의 핵심이다. 고성능, 고가인 만큼 평소 보기 힘든 차량을 모터쇼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르쉐나 마세라티 정도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오죽하면 “청담동 자동차 매장을 돌아다니는 게 더 낫다”는 평가가 나왔을까.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업체들은 이번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아도 내수시장서 잘 팔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상하이모터쇼에는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수 시장을 봉으로 보는 이들의 시야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직위는 아무래도 이런 모터쇼로서의 부족함 의식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Sustainable·Connected·Mobility)’라는 꽤나 획기적인 주제를 갖고 나왔다. 친환경과 자율주행 등 자동차 업계가 지향하는 방향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차량을 전시하기에 급급했다.

현대차는 2년째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우려먹고 있었고, 기아차는 한국 시장에서 그저 그런 ‘니로EV’와 ‘쏘울EV’를 출품했다.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차, 쌍용차, 기타 수입차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콘셉트카가 모터쇼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만들어 줬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노력이 더욱 눈부셨다. 비록 일반 소비자들의 마음에 들기엔 디자인이라든가 편의사양 등이 부족했지만 최소한 그들은 부족한 사정에도 다양한 차량을 선보였다.

전시관간 셔틀로 이용되던 완전자율주행차량을 선보인 것 역시 중소기업들이었다. 비록 속도는 느렸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주지 못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했다.

이번 모터쇼를 보며 완성차 업체나 기타 자동차 관련 업체들에게 있어 서울모터쇼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업체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홍보 효과가 그저 그런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 보다는 자체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서울모터쇼는 국내 최대 모터쇼인 만큼 등지기 어려웠을 것이리라.

업체들이 끌릴만한 새로운 모습을 서울모터쇼가 보여야 한다. ‘CES처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에 그치지 말고 업체에게 있어 매력적으로 보일 서울모터쇼만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보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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