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써 봤어?④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마음먹고 제로페이를 써보려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편의점 외에는 사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비교를 위해 함께 쓴 카카오페이가 상황이 나았다.

그렇다고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카카오페이 역시 결제 가능한 가맹점이 예상 외로 부족했다.

서울시에 따르면(4월 1일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10만 호를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는 1월 기준 20만 호를 돌파해 제로페이와 가맹점수만 2배가 차이 났다.

현재 매장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페이 가맹점은 20만 개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측되나 카카오페이 측은 5월 현재 가맹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 점심, 페이하자!

5월 9일 기자는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로 점심과 후식 먹기에 도전했다.

제로페이가 안되면 카카오페이로 계산하겠다는 단순한 계획으로 지갑은 사무실에 둔 채 스마트폰만 들고 움직였다.

제로페이는 사용한 경험이 없고 카카오페이는 가끔 송금할 일이 있을 경우 사용했던 터라 오프라인에서의 페이 사정에 무지했던 결과를 톡톡히 치른 점심시간이었다.

동료 기자와 찾은 한 음식점, 평소 자주 찾던 곳이다. 항상 찾아 먹는 비빔밥을 주문 후 신나게 먹고 제로페이로 결제를 요구했다. 안된단다. 그러면 카카오페이로 하겠다고 했다. 안된단다.

실패 후 함께 한 기자에게 ‘커피’라도 내가 사겠다며 근처 카페로 향했다.

역시나 자주 들리던 곳으로 들어가 밀크티를 주문하고는 “제로페이 되죠?”라고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신청은 했지만 현재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기자의 마지막 결제수단인 카카오페이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밥에 밀크티까지 얻어 먹게 됐다.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출처=컨슈머치)

기왕 페이로 점심을 버텨보기로 했으니 사무실로 들어가서 마실 과일주스 구입에 도전했다. 나름 지점도 많은 프랜차이즈니 되겠거니 했는데 카카오페이만 될 뿐 제로페이는 안된다고 했다.

나름 은행 앱까지 깔아가며 힘들게 받은 제로페이를 어떻게든 써보고 싶어 다음날인 다시 도전했다.

출근길, 편의점에서 우유 구매에 성공했다. 제로페이가 처음이라 우왕좌왕하는 본인을 오히려 도와준 점장님을 보니 이미 경험이 있으신 듯 보였다. 편의점에서는 카카오페이 결제도 가능했다.

우유와 함께 먹을 빵을 사러 근처에 있는 베이커리점에 들렀다. 간단하게 먹을 빵을 몇 개 고른 후 계산대로 향했다. 제로페이는 아직 안 된다고 다른 결제 수단은 없냐고 해서 카카오페이가 있다고 했더니 호쾌하게 결제를 승낙 받았다.

점심시간에 들린 짬뽕 집에서도 카카오페이는 결제가 가능했다.

퇴근 후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는 스티커카 붙은 동태탕 집은 정작 제로페이 결제가 되지 않았다. 결제 방법도 모르거니와 사장님 가맹점용 앱으로 결제 확인을 할 수 있다면서 카드 없냐고 물었다.

결론은 아직까지 제로페이 보다 카카오페이 결제가 더 수월하단 것. 그러나 아직까지 이 두 가지를 믿고 지갑을 두고 다니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 “제로페이 쓰는 손님 처음 봐”

사장님들의 말을 들어보니 제로페이로 결제를 해달라는 소비자는 없다시피 했다.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들에서도 “제로페이 사용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사용자가 적다보니 정부에서 밀고 있는 ‘결제수수료 0%’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소상공인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제로페이를 쓰는 고객을 겨우 본다고 귀띔해줬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서 모씨는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일부러 앱을 다운받아 본인에게 혜택도 거의 없는 제로페이를 굳이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인지, 제로페이 가맹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율은 미미하다”면서 “카카오페이도 결제 비중도 크지는 않은데 제로페이 보다는 많다”고 전했다.

PC방을 운영 중인 오 모씨는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등록된 지는 두 달 가까이 됐는데 지금껏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0원”이라며 “뭐 영세 상인에게 나쁠 것 없는 결제 수단이 생긴 것이지만 쓰는 손님이 없어 효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고 모씨는 “인터넷으로 제로페이 신청 후 제로페이 가맹점이 됐는데 사용하는 고객들이 너무 없다”며 “한 달에 한건이나 될까 말까 하니 수수료 혜택이 아무리 좋아도 소상공인에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소비자를 만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인 듯 했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나 모씨는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사용하려고 하니 사장님이 사용하는 분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면서 “저 보고 공무원 아니냐고 반문까지 했다”고 밝혔다.

■ “가맹 신청, 이유 못 찾겠다”

사용하는 소비자가 적을 뿐 아니라 사용가능한 매장도 별로 없었다. 이틀 간 제로페이를 쓰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제로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상점을 찾아 봤지만 눈에 띄는 곳은 많지 않았다.

제로페이 가맹점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니 굳이 신청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치킨집 운영 이 모씨는 “동사무소 직원이 와서 가입하라는데 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번도 제로페이 되냐는 손님을 본 적이 없어서다. 그저 아무 실효성도 없는 정책에 세금낭비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뿐이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 김 모씨는 “제로페이 가입하라고 구청 직원 2~3명이 와서 설득해서 귀찮아 가입 신청을 하긴 했는데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구청에서 시청으로 서류가 넘어간다는데 전화해보니 아직 시청으로도 안 넘어갔다고 한다”면서 “신청이 누락되거나 불발되면 할 생각 없다”고 전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구청 직원들이 와서 가입 꼭 해야 한다는 식으로 권유하는데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이 제로페이 결제를 원하고 많이 사용하면 굳이 이렇게 찾아와 가입하라고 하지 않아도 가입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드위치 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도 “가입한 주변분들 제로페이를 찾는 소비자가 없으니 굳이 신청할 필요 없을 거라고 조언했다”며 “심지어 본인(사장)이 없으면 직원들도 제로페이 앱을 깔아 고객이 결제한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모두가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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