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오는 7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운데, 유력 인수후보군들이 한 발 물러서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연내 매각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오는 7월을 마각 절차 돌입 시점으로 잡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매각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력 인수 후보로 알려진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이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아시아나항공의 거취가 불확실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주요계열사들은 지난 8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또 지난 9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100% 없다”고 못을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인수 후보로 꼽혔던 SK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또한 ‘주요 산업과 항공 산업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아시아나항공에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이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를 두고 업계는 ‘막대한 인수 자금 규모’ 탓에 기업들이 섣불리 나서기 어려워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이 필요하다. 2조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다.

올해 연결기준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7,000억 원, 부채비율은 895%에 달한다. 단기차입금(1년 이내 갚아야 할 부채)도 2018년 말 별도기준 약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기업은 인수자금에 단기차입금까지 최대 3조에 달하는 금액을 써야한다. 인수자금이야 그렇다 쳐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추가로 들어갈 자금은 부담스러운 규모다.

더욱이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649%보다 246%p 올랐다. 만약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000%를 넘으면 시장에서 빌린 차입금의 상환 트리거(방아쇠)가 발동하게 된다. 이 경우 신용등급 하향도 예상된다.

2018년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 조기지급 조건이 붙은 자금은 장기성차입금 2,573억 원,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규모는 1조2,474억 원이다. 국내 신평사 중 한 곳이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낮출 경우 ABS를 조기에 갚아야한다.

이 외에도 인수 후보군에서 인수 의사를 밝히거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인수대금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들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이유가 자금력의 문제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부채규모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대기업 계열사들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실제 자금력의 경우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자금력이 풍부한 상황이며, 한화그룹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비교적 자금이 풍부하다. 롯데그룹과 CJ그룹은 각각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와 CJ헬로비전 매각으로 자금이 확보된 상태다.

이들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내년 4월 21일 총선을 앞두고 국적기 사업을 인수할 경우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항공산업이 정부의 허가산업이다 보니 신규 항공운송사업자나 운수권 배분을 놓고도 항공업계에서는 매번 특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신규 LCC 선정, 몽골과 중국 추가운수권 배분을 놓고서도 특정항공사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우려가 있는 아시아나항공이지만, 반대로 앞서 제기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면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항공기, 전문인력, 허가를 받아야 하는 노선까지 모든 것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부채가 많아도 충분히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표적 B2C(기업소비자간) 서비스 산업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재무상태나 대규모 자금, 특혜논란 등 리스크가 있지만 이를 해결할 경우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며 “실사작업 이후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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