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르노삼성차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서자, 사측이 ‘부분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12일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이날부터 야간 근무조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생산직 근무 형태를 기존 주·야간 2교대에서 주간 1교대로 전환한다. 부산공장은 1800여명에 달하는 생산직 직원이 주·야간조로 나눠 근무를 해왔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11일 공고를 통해 “별도 공지가 이뤄질 때까지 야간조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며 "야간조 근무자 중 근무 희망자는 주간조로 출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면파업 참가자는 12일 이후 사업장에 허가 없이 들어올 수 없으며, 허가 없이 난입할 경우 건조물 침입죄, 퇴거 불응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노조 집행부에 하루 평균 14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해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아래 노조가 파업기간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데 따른 조치다.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 결정은 생산물량이 줄어든 것에 따른 조치다. 지난 5일부터 노조의 전면파업이 실시됨에 따라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하루 생산물량이 수백 대 수준에서 수십 대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부산공장 생산량은 6만8160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5064대를 생산한 것에 비해 35.1% 감소한 생산량이다. 다만 일본 닛산이 부산공장의 생산성 감소를 이유로 위탁생산 물량을 약 40% 줄인 영향도 작용했다.

이 상황에서 지난 5일부터 노조가 전면파업을 실시함에 따라 부산공장의 가동률은 더 떨어졌다. 전면파업임에도 조합원의 3분의 2가량이 출근을 하고 있으나, 조립라인의 인력이 크게 부족해 시간당 생산량이 정상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평균 460대 가량이지만 현재는 40~6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노조는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 결정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으로 전면파업에 들어갔는데 회사는 업무 정상화만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결정했다”며 “특히 야간 근무조를 주간 근무조로 운영하는 것은 근로조건 변경으로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근무 형태 변경은 단체협약상 합의가 아닌 협의”라며 “1교대 전환에 대해 노조에 설명했고, 적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부산공장 모습(출처=르노삼성자동차)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부산공장 모습(출처=르노삼성자동차)

한편, 노사 양측이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붙으면서 르노삼성차의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기원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 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르노삼성차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협력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협력사 중 몇몇 업체는 이미 구조조정을 진행한 상황이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협력사들의 경우 물량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협력사가 단축 근무와 휴업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불어나는 임금은 회사 경영난을 초래할 정도다.

특히, 납품 비중이 높은 협력사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차에 100% 납품하고 있는 1차 협력사인 E사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구조 조정을 실시해 직원을 9명 줄였다. 르노삼성차를 100% 전업하던 L사는 4월 이후 물량을 전혀 받지 못하자 부산공장을 정리해버렸다.

르노삼성차 1차 협력사에 물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T사도 90명에 이르는 직원들 중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30% 가까운 인원의 자발적 이직을 유도했다. 르노삼성차 매출비중이 80% 이상인 H사도 생산에 고용된 외주인력 30명을 이미 감축했다.

부산상의는 “르노 사태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지금까지 간신히 버텨 온 협력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르노삼성차 노사 양측의 조속한 합의 타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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