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지난 2015년 1월 자동차 대체부품인증제도가 도입되고 올해까지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동차대체부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완성차 업체의 부품시장 독점과 순정부품에 대한 디자인보호법 법적 규제를 꼽을 수 있지만, 일각에선 현대모비스 등 국내 대기업의 갑질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소비자 지출 아낄 수 있는 대체부품

대체부품이란 순정품과 성능 및 품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을 의미한다.

1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대체부품 인증개수는 총 705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체부품은 범퍼, 펜더 등 외장품목과 헤드램프, 테일램프 등 등화품목 등 실제 주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제품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대체부품 사용이 활성화될 경우 자동차보험 수리비 1건당 15만 원가량 절감될 것이고, 이를 통해 연간 7089억 원가량 소비자 이득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 이 같은 금액을 산출한 근거는 보험개발원에서 내놓은 자료다. 2017년 자동차보험 수리비 지출 중 부품비는 총 2조7267억 원, 자동차보험 사고건수 중 부품수리건수는 458만6719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순정부품을 통한 수리 한 건당 59만4481원의 수리비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왔고, 시중에 나온 대체부품이 순정부품의 74% 수준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대입해 43만9916원이라는 수리비를 추정했다.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 대부분 대체부품의 활성화가 가져올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체부품 활성화는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부품 활성화가 가져올 장점을 세 가지 꼽았다.

우선 ▲소비자 편익 확대 효과가 있다. 대체품이 활성화되면서 부품의 접근성 및 선택권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다. 대체부품을 활용해서 보험료 지급이 줄어들면 현재 80% 수준인 손해율이 4~5%p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비자 보험료 납입금액의 인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중소 부품업체의 경쟁력 강화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는 9500여 곳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가 운영 중이다. 이중 1차 협력사 880개를 제외한 8500여 개 업체는 중소 부품업체다.

대체부품을 통해 이들 기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나아가 산업이 발전하는 결과까지 예상할 수 있다.

■ 실제 사용 미미…도입 4년째, 국산 차량 부품은 달랑 1개

전술했듯 대체부품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는 금전적 혜택을 볼 수 있으며, 산업계 입장에서도 자동차 산업 자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체부품을 통한 수리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주원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시장에서 판매된 대체부품은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6개 품목, 125개로 집계됐다. 또 품목판매율은 전체 705개 중 6개로 1%에도 못 미치는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의 대체부품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국내 대체부품 인증개수는 705개다. 이중 국산 자동차용 대체부품은 한 건도 없다. 전부 수입차용 대체부품이다.

국내에 인증된 대체부품 중 국산 차량용 부품은 지난 2월 창원금속에서 출시한 싼타페용 펜더가 전부다. 대체부품인증제도 도입 4년 동안 단 한 개의 국산 자동차용 대체부품이 없다가 올해 들어서야 겨우 한 개 품목이 인증을 받은 것이다.

■ 디자인보호법‧납품단가 등 눈치 볼 일 많은 중소업체…현대모비스만 이득

업계는 대체부품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원인으로 디자인보호법 규제와 대기업 계열사의 시장 독과점을 꼽는다.

현행법상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의 정비용 부품에 대해 디자인권을 등록하고 있다. 문제는 디자인보호법이 최장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되면서 사실상 완성차 업체 외에는 부품유통을 금지시켜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현행 디자인보호법에 따르면 20년이 지나야 중소업체에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인데, 20년이나 된 차량을 타는 소비자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결국 대기업만 유리한 법제도가 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국토부는 지난 2017년 9월 7일,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부품업체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부품협회와 ‘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2년이 다 돼가도록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현행법상 부품업체들이 로열티를 주고 ‘디자인실시권’을 완성차 업체에게서 받아오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 등이 부품업체에 납품단가 조절을 통한 갑질로 중소업체들이 대체부품 산업에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약 9500여 개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1차, 2차, 3차 부품업체로 내려가는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업체들이 대체부품을 생산해 거래선을 다변화하거나 자체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직접적으로 압박하지 않더라도 납품단가 인하 등의 방식으로 중소부품사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에 납품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중소부품사 입장에서 괜한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대체부품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뭔가 소식이 들리면 원청에서 귀신같이 찾아와서는 ‘우리한테 납품하는 제품에 불량률 올라가는 것 아니냐’라든가 ‘물량 추가로 필요할 때 우리 것 제대로 대응 못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온갖 트집을 다 잡는다”며 “무언의 압력을 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제도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이득을 보는 건 대기업들이이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난해 20조5171억 원의 매출과 1조548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애프터서비스(A/S)용 부품사업 부문의 경우 매출은 9조510억 원에 영업이익은 1조741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8.3%에 달했다.

이에 현대모비스 측은 대체부품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엔 동의한다면서도. 최근 자동차산업에 위기가 닥쳐왔고, 중국 등 경쟁국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자동차산업 보호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의 희생이 전제조건인 대체부품 시장의 활성화를 적극 장려하기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풀뿌리산업인 부품업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경우 다양한 중소형 강소 부품기업과 함께 대기업인 메이커가 상생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강소기업형 자동차 부품 기업 활성화는 대기업 중심의 자동차 메이커와 상생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진정한 선진국형 자동차 국가로 발전하는 토대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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