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배달의민족이 일부 유명인들에게 협찬 형태의 쿠폰을 제공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일명 ‘OO가 쏜다’ 쿠폰 제공이 일부를 위한 특혜로 이해될 것이라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이후 쿠폰 제공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뒤늦은 사과가 배달의민족에 실망하고 회원 탈퇴까지 감행했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 지에는 의문부호가 그려진다.

■고개 숙인 배민 “특혜로 이해될 것이라 생각 못해”

(출처=배달의민족 앱 캡쳐)
(출처=배달의민족 앱 캡쳐)

20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19일 오후 앱 내 공지 게시판은 물론이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등 자사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괄적으로 ‘쏜다 쿠폰’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많은 분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듣고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희의 생각이 짧았다”며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어 “쿠폰을 받은 사람이 다시 그 주변에 나누어 주는 기쁨, 함께 나눠먹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5년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유투버, 블로거, 인플루언서들에게 주어졌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며 “이렇게 제공되는 쿠폰들이 일부를 위한 특혜로 이해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쏜다 쿠폰’은 전면 중지하고 배달의민족 실제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겠는 사측의 방침 발표에도, 폭발한 이용자들의 분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배달의민족(smartbaedal) 네이버 공식 블로그를 살펴보면 “생각이 짧은 것을 깨닫는데 5년이나 걸렸나”,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생각이 없는 수준”, “이래서 일반 사람들한테 혜택이 별로 돌아가지 않았군요”, “VIP에게는 1,000원 쿠폰 주더니,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등 수많은 이용자들의 지탄이 아직도 쏟아지고 있다.

■연예인 ’쏜다 쿠폰‘, 목적 없는 마케팅?

사실 기업들이 유명인들에게 홍보 목적으로 협찬 물품을 제공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이는 많은 소비자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유독 이번 배달의민족 연예인 쿠폰 협찬을 소비자들이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쏜다 쿠폰‘ 제공만이 본질적 문제일까?

우선, 많은 소비자들은 배달의민족이 ‘쏜다 쿠폰’을 통해 앱 홍보에 목적을 뒀다기보다 사측이 호감을 갖고 있는 유명인들에게 선심성 쿠폰 혜택을 돌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업체 말에 의하면 무려 5년이나 이벤트 쿠폰이 제공되고 있었음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 자체가 홍보 효과가 전무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실제로 배달의민족 측은 연예인에게 쿠폰을 제공할 때 “꼭 SNS에 인증해 달라”거나 “주변에 배포하라”식의 활용 방법에 조건을 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예인을 통해 결국 더 많은 일반인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쿠폰을 제공했다”는 업체 측의 해명과 모순되는 대목이다.

특히 쿠폰을 제공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 중에는 유명하지 않은 인플루언서의 지인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체 측이 무슨 기준으로 쿠폰을 제공하는지 선정 기준 조차 알 수 없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 요소다. 차라리 유명한 연예인에게 홍보 목적으로 제공했으면 이토록 납득이 안 가진 않았을 것이라는 거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연예인이나 인기 유튜버 등 유명 인사 중에서는 평소 배민을 잘 이용해 주시거나 앞으로 배민을 이용해 주셨으면 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제공해 드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작 단골고객은 ‘홀대’ 당했다 느껴…왜?

업체 측은 두 차례 해명을 통해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 대상으로도 동일한 ‘쏜다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두 사안이 절대 ‘동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명인들에게는 1만원 무료쿠폰 100장이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된 반면에 일반인은 선착순 혹은 뙤약볕에 몇 십분 씩 줄을 서는 노력 끝에 5000원 쿠폰 5장을 받는 이벤트가 어떻게 동일하다고 볼 수 있냐는 거다.

(출처= 배민 네이버 블로그)
(출처= 배민 네이버 블로그)

또한 그동안 배달의민족이 단골고객에게 주는 혜택이나 이벤트 마케팅에 불만족이 쌓이고 있던 와중에 이번 유명인 특혜 쿠폰 제공은 모든 불만이 폭발하는 일종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을 자주 사용했다는 이용자들이 올린 업체 측 비판 글을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일종의 ‘배신감’이 녹아있다.

음식점주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경쟁사에 비해 적다는 이야기에 ‘100원 쿠폰’ 제공 등 불만족스러운 이벤트 남발에도 일부러 배달의민족만 애용해 왔는데, 결국 혜택은 엉뚱한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는 것. 

배달의민족 공식 네이버 블로그에 댓글을 단 아이디 tlqkfs***씨는 지난 1년간 352회 배달음식을 주문한 자신의 이력을 공개하며 “거의 하루 한번 꼴로 이용한 셈이다. 기존 회원한테 만 원 쿠폰 한 장이라도 무상 제공한 적 있나. 기존회원을 더 챙기는 게 당연한 건데 맨날 첫 주문 신규 가입자를 위한 홍보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블로그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소비자는 “할인쿠폰 없나 찾아보고 선착순 쿠폰 받고 좋아했다가 사용도 선착순이어서 못쓰고 그랬던 내 스스로가 참 안쓰럽다. 누구는 만원 쿠폰을 100장이나 받고 있었는데 나는 3000원 할인 받겠다고…”라며 씁쓸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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