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만 불편한 일회용품②

아이스크림, 개인 용기 포장 주문 '실패'
음료 주문시 텀블러 주문 가능한 것과는 대조적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대란이 아직도 생생하다.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이 골칫거리로 전락하면서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일깨워줬다.

필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울림이었다.

쓰레기대란을 기점으로 커피전문점 등은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또 커피전문점 자체적으로 종이빨대를 도입하거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면서 ‘일회용품 줄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식음료와 유통업계는 배송 및 배달 시에도 배출되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고 ‘에코 마케팅’을 통해 친환경 소비를 유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매장 내에 플라스틱 컵을 제외한 종이컵 등은 사용이 가능하고 일부 커피전문점 등을 제외하고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여전하다.

소비자가 일회용품 사용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진다. 개인용기 사용을 매장에서 거부 당하면 어쩔 도리가 없이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하게 됨을 몸소 체험했다.

다음은 필자의 실제 체험기다.

■“밀폐용기에 담아 주실 수 있나요?”

기자가 직접 준비한 밀폐용기와 보냉가방.
기자가 직접 준비한 밀폐용기와 보냉가방. 보냉가방은 몇년 전 필자가 해당 아이스크림 전문점 프로모션에서 받은 것.

기온이 올라가고 아이스크림이 본능적으로 당기는 계절이다.

점심 후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그야 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기왕이면 배출되는 일회용품이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당장 먹고 싶은 욕구를 참고 다음날 체험 준비가 완성되면 먹기로 결정했다.

D-Day다. 전날 보냉백과 아이스크림을 담을 밀폐용기를 주문했다. 숟가락은 회사에서 쓰는 티 스푼으로 대체해야지 마음을 먹었다.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출근길이 어쩐지 설렜다. 점심시간도 평소보다 더 기다려졌다.

드디어 점심시간, 점심을 먹고 동료들이 밀크티를 주문하는 사이, 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매장 직원 앞에서 파인트 컵을 주문했다.

그리고 “혹시, 제가 밀폐용기를 따로 가지고 왔는데 여기에 담아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으며 직원과 눈 마주침을 시도했다. 얼굴에 당혹감이 몰려 와 있었다. 아마도 나 같은 손님은 처음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내 주문을 접수한 직원은 한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두말 않고 해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던 필자도 당황해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반복했으나 역시나 표정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러자 뒤에 점장이 다가와 “안 된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밀폐용기를 들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물었다. “여기에 아이스크림 담아 가려고 하는데 안 되는 거 에요?”

점장은 눈을 크게 뜨고 거듭 “안돼요, 안돼! 지정 용기에만 담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무 설명 없이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했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물었는데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래서 필자도 “왜 안 돼요”를 반복했다.

그러자 점장은 “회사(본사) 방침이 그렇고, 고객이 가져온 용기는 사실…”하며 말끝을 흐렸다. 끝까지 제대로 된 설명은 듣지 못했다.

필자가 점장의 뉘앙스에 따라 추측하기로는 아마 고객이 가져 온 용기에 담아줬다가 어떤 문제라도 생기면 골치가 아픈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말 같았다.

계산은 끝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에 3가지 맛을 얼렁뚱땅 담아 달라고 하고 급히 매장을 빠져나왔다.

■ ‘다회용기 사용’ 매장이지만 아이스크림은 제외?

밀폐용기 포장 실패 후 받아 온 일회용품들.
밀폐용기 포장 실패 후 받아 온 일회용품들.

매장에서 나와 손에 들려 있는 비닐 재질의 봉투와 그 안의 일회용품을 한 번 보고, 집에서부터 가지고 온 밀폐용기가 담긴 보냉백을 물끄러미 봤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받아 온 것들 하나 둘씩 꺼냈다.

쨍한 분홍색 비닐 봉투에서 나온 것들은 드라이아이스백 1봉지, 일회용 숟가락 3개 그리고 파인트 컵과 그 뚜껑이었다.

컵 속에 내용물만 먹고 나면 모두 쓰레기가 될 것 들이다. 물론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과 종이컵 등에 대해 분리수거는 철저히 하겠지만 씁쓸함이 남았다.

준비해 간 밀폐용기에 담았더라면 불필요한 재활용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도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아쉬움도 컸다.

더욱 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매장 앞의 한 홍보물 때문이다.

분명 매장 문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에는 “저희 점포는 다회용기를 사용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얼마든지 준비해 간 밀폐용기에 아이스크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금방 깨졌다.

무엇보다 배신감이 들었던 것은 다회용기 사용 매장임을 명시해 놓고도 매장 내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비자들은 모두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커피였다면 어땠을까

배스킨라빈스의 한 매장 앞.
다회용기 사용 문구.

만일 이날 필자가 아이스크림이 아닌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텀블러를 제시했더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주문과 음료 제공이 가능했으리라.

확인해보니 텀블러 이용 고객에게 300원을 할인해주고 있었다.

소비자가 따로 소지한 용기가 문제라면 왜 텀블러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한지 나름의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플라스틱 컵에 대한 규제만이 집중되다 보니 종이컵에 제공되는 아이스크림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본사의 방침은 무엇인가

이쯤 되니 혼자 짐작하기 보다는 점장이 일러 준 ‘본사의 방침’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

본사 관계자는 <컨슈머치>에 “현재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음료 용기에 대해 협약 내용을 유지 중”이라며 “음료 일회용 잔은 테이크아웃으로만 활용하고 텀블러를 가지고 음료 구매 시에는 3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스크림 판매 시, 용량이나 냉동 시간이 중요한 부분이기에 방문 매장에서 준비한 용기에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점장과의 설명과는 다소 달랐다.

이어 회사 관계자는 “별도 용기에 제공 시 아이스크림이 기준 용량 보다 적게 담길 확률도 있어 이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회사 측의 입장을 들어 보니 아이스크림을 개인 용기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방침은 없는 듯 했다.

더불어 회사 측에서는 “별도로 당사는 쇼핑백에 대해서도 최근 재질을 바꿔 환경 보호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참고 부탁한다”며 “쇼핑백은 환경부와 협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나 브랜드 자체적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합성수지 코팅이 아닌 종이 재질로 바꿔 자워 재활용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필자가 받은 것은 그저 비닐류의 봉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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