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만 불편한 일회용품⑪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일명 ‘중국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게 벌써 1년 반 전의 일이다. 지난해 1월 중국이 내린 플라스틱 등 폐기물 수입 중단 조치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몸살을 앓게 만들었다.

특히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 환경문제가 불투명한 ‘미래’의 일이 아닌 바로 오늘 코앞에 닥칠 수 있는 ‘현실’로 다가왔음을 온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만든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갈 곳 잃은 재활용 쓰레기가 넘쳐나게 되자 우선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사용량을 35%,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5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해 부터는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올해부터는 소매점과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를 무상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여기에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까지 더해져 대한민국은 현재 그야말로 플라스틱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일 스타벅스 광화문 지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현경 활동가 역시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김현경 활동가는 “폐기물 대란이 터지고 난 뒤 정부가 급박하게 대응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변화를 이끌게 됐다”면서도 “다만 폐기물 대란은 이미 예측돼 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 규제 방법이나 대응책을 미리 만들었다면 변화 과정에서 국민들의 반발이나 불편함이 훨씬 적었을 것”이라며 일부 아쉬움도 드러냈다.

실제로 중국이 수입을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기 8개월 전으로, 이 사이 손을 놓고 있던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지탄이 쏟아진 바 있다.

늦었지만, 그럼에도 쓰레기 대란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 작지만 큰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만은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커피전문점에서 찾을 수 있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일회용 플라스틱이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다회용컵과 텀블러가 일사분란하게 채우는 중이다.

특히 업계 1위 스타벅스의 경우 규제가 시작된 플라스틱 컵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까지 단번에 매장에서 걷어내고 종이빨대를 도입 할 정도로 변화는 생각보다 단숨에 일어나고 있다.

인터뷰 당일 스타벅스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출처=컨슈머치)
인터뷰 당일 스타벅스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출처=컨슈머치)

“스타벅스에 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스타벅스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가 법적으로 일회용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이빨대로 교체해 주셨고, 그 결과 빨대 사용량이 50%가량 줄었다는 발표 결과도 나왔어요. 그만큼 변화가 빨리 일어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진통도 분명히 있다. 많은 국민들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기꺼이 동참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불편하다’, ‘종이 빨대가 물에 젖어 풀어진다’, ‘종이맛이 난다’, ‘위생적이지 않다’ 등의 이유를 들어 종이빨대 혹은 다회용 머그컵 사용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아직 만만치 않다고 김 활동가는 말한다.

“주로 위생 때문에 매장에서 제공하는 다회용컵을 쓰기 싫다는 분들이 많죠. 그런 분들에게 저희는 텀블러 등 개인 용품을 가지고 다니도록 설득하고 있어요. 본인 혼자 쓰는 다회용품이니까 위생 면에서 꺼림직하지 않고, 환경 문제도 해결 가능하니까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귀찮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에요. 가방도 무거워지고, 매번 컵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경제 발달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무척 높아졌음에도 환경 보호나 쓰레기 문제 등에는 왜 아직까지 잘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인지 따져보면, 개인의 삶에서의 생활 습관으로 체득되지 못한 면이 큰 탓이라고 보여 져요. 보통 여성분들 가방에 화장 파우치는 늘 갖고 다니잖아요. 콤팩트, 립글로스 등을 기본적으로 늘 챙겨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화장을 수정하는 것처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똑같은 이치거든요. 요새는 제품이 다양화 되면서 휴대가 용이한 가벼운 텀블러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외출 시 챙겨 다니시길 바랍니다”

환경단체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의무감 때문에라도 김 활동가 스스로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위한 실천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설득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

생활 속 작은 실천의 일환으로 김 활동가는 자신의 가방에 장바구니와 수저, 그리고 텀블러와 머들러(음료를 휘젓는 막대)를 가지고 다닌다. 이를 보고 귀찮지 않느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그는 솔직히 귀찮은 부분이 있다고 웃으며 답하면서도, 이전에 말한 습관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개인용 물품이니 간단히 물로 헹구는 정도로 세척하고 종일 보관하고 다니다가 퇴근 후에 세재를 사용해 씻고 말려놓은 뒤 다음 날 다시 가지고 나오는 정도에요. 물론 이 정도도 귀찮을 수 있지만 솔직히 습관화가 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맥스웰 몰츠 저서 ‘성공의 법칙’를 보면 ‘21일을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는 말이 나와요. 다시 말해 하나의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21일이라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이겨내야 한다는 거죠. 누구든지 한 달만 꾸준히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이후에는 습관이 돼 오히려 더 편하다고 느껴지실 걸요”

환경운동을 하고 있고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김 활동가는 시민들에게 당장 모든 일회용품을 사용을 중단하자고 설득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폐기물 문제와 가장 큰 관련이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니 이것부터 팔을 걷고 노력해 줄여보자는 부분에는 공감하고 동참 해주길 바란다는 것.

“생활패턴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자기 기준에서 할 수 있는 플랜을 짜서 조금씩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이러한 냅킨이나 일회용 휴지 사용을 포기 못해요. 왜냐하면 제가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서 손수건 사용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이러한 개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패턴을 감안해 본인 기준에서 일회용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이행하려 노력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 중에서는 소비자들에게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편하니까 포기 못하는 것'이 향후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올지 생각해보라고 김 활동가는 충고한다.

“지금 당장 편한 것도 좋지만 그 이후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지금은 편하다 해도 추후에는 불편함으로 돌아올 수 있고, 오히려 지금 당장은 불편하다고 느끼는 일이 결국은 편하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실제 일회용품 사용은 당장은 편리하지만 훗날 우리들 삶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문제로 다가오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생활습관을 다 친환경으로 바꿔라’, ‘자연소재로 바꿔라’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이면에 숨겨진 환경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반드시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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