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국내엔 다양한 수입차 업체가 존재하지만 상징적인 업체를 꼽자면 메르세데스-벤츠, 베엠베(BMW), 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업체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독일 업체 외에 재규어랜드로버, 포르쉐 등도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업체는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독일 업체들보다 한 단계 위인 럭셔리급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중적이지 못하다.

최근에는 일본차 업체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토요타(렉서스), 혼다, 닛산(인피니티) 등이 진출해 있다. 일본차 업체는 전술한 유럽태생 업체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긴 하나, 뛰어난 완성도와 가성비로 그 행보를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일본산 불매운동이 불거지면서 최근 잘나가는 일본차의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닛산은 최근 주력 모델인 신형 알티마의 미디어 시승회까지 취소했다.

일각에선 일본차 업체의 잠재적 소비자층이 다른 업체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10만9314대로 이중 일본차 업체는 2만3482대가 판매됐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5대중 1대가 일본차인 셈이다.

이중 가장 많이 팔린 업체는 렉서스로 나타났다. 렉서스는 토요타의 고급브랜드로, 현대차로 치자면 제네시스 정도의 브랜드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 위상은 제네시스 보다 훨씬 높다. 실제 미국시장에선 렉서스가 독일 업체들에 살짝 못 미치는 준(俊)프리미엄 브랜드 정도로 인지되고 있다.

아무튼 렉서스는 올해 상반기 8372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4%p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6319대를 판매했다.

업계는 디젤차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반사이익을 누린 결과로 해석한다. 실제 상반기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는 전년 대비 49.0% 줄어든 3만2981대 판매에 그친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1만6561대로 전년 대비 36.1% 늘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강자인 렉서스가 수혜를 입은 셈이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렉서스 차종은 총 26종이다. 이중 하이브리드 차종은 총 11개다. 판매차종 중 42.3%가 하이브리드 차량인 것이다.

실제로 렉서스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모델 ES300h는 올해 상반기 4915대가 판매됐다. 반기 판매량의 58.70%를 ES300h 한 차종이 책임진 것이다.

출처=렉서스
출처=렉서스

렉서스는 특히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에서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렉서스 판매량 중 강남 4구의 비중은 44%에 달한다. 경쟁사로 볼 수 있는 벤츠와 BMW 역시 강남 4구 판매 비중이 46%, 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벤츠, BMW, 렉서스 등 프리미엄급 업체들의 주요 시장이 강남 4구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이후 불거진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불매운동으로 렉서스 구매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독일 업체인 벤츠와 BMW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렉서스와 벤츠, BMW간의 가격차이가 약 1000만 원가량 있지만 이들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다.

실제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박 모 씨(48)는 “최근 렉서스 하이브리드 차량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한국 대법원이 내린 정당한 판결에 대해 객관적인 명분 없이 보복성 수출 규제를 가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박 씨의 조카인 박 모 양(24)에 따르면 렉서스 구매를 포기한 박 씨는 이후 BMW와 볼보 차량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딜러사 한 관계자는 “여름철 비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인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따른 영향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달 들어 제품 시승이나 구매 문의가 줄긴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렉서스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 차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가운데, 웃돈을 얹어서라도 타 업체로 옮겨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차 업체 한 관계자는 “실제 눈에 띄는 판매량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내구 소비재인 만큼 반일감정 탓에 구매여부가 좌지우지되진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가격대의 대체재가 있는 만큼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와중에 (소비자들이) 굳이 일본차량을 고집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약간의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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