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SK하이닉스 이석희 총괄사장(CEO)도 일본으로 출국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총괄사장은 지난 21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사 측에 따르면 이 총괄사장은 일본 현지에 며칠간 머무르며 현지 업체들을 방문해 반도체 소재 수급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측 최고위임원이 소재 수급 문제로 일본에 방문한 것은 지난 16일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담당 사장에 이어 이 총괄사장이 두 번째다.

업계는 이 총괄사장의 일본 출장을 두고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앞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김 사장에 이어 이 총괄사장까지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수출 규제 초기 단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행원도 없이 홀로 일본 출장길에 나서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과는 달리 SK하이닉스 측은 관련 부서 책임자들과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현지 상황파악에 나서는 등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비교적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본 원인은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이 SK하이닉스가 도입 전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한 타격은 에칭가스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미미했다. 그러나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품목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SK하이닉스도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진 것이다.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 품목에는 집적회로(IC)와 노광장비, 화학기상증착기(CVD), 이온주입기,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 그 범위가 다양하고 넓어졌다. 이중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의 경우 일본산 점유율이 60% 이상인 것들로 수출 규제가 실현될 경우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총괄사장(사진=SK하이닉스)
이석희 SK하이닉스 총괄사장(사진=SK하이닉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사장급들의 일본 현지 협력사들과의 협의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대안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의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인 중국 우시공장을 활용해 현지에서 생산돼 공급받은 소재들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우회 수출 형식의 소재 조달길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과 이마저도 일본이 막을 수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예상보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더뎌지고 추가적인 소재 압박이 들어올 경우 'D램 생산 우선주의'를 펼쳐 생산 역량을 한 데 모은다는 전략이다. D램은 SK하이닉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제품이고 최근 낸드플래시의 경우 글로벌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감산 조치에 들어간 상황이라 소재 수급에 있어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무엇보다 D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한국에 수출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인 폴리이미드 등 주요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이후 지금껏 해당 소재들의 한국 수출이 승인된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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