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입찰공고가 오는 25일로 임박했다. 그동안 인수의사가 없다고 밝힌 대기업들이 인수전 참여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수전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오는 2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각 공고 이후 예비입찰(투자의향서 접수)이 진행되면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가 선정된다. 숏리스트에 오른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펼치게 된다.

이후 본입찰로 확정된 우선협상대상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를 넘겨받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된다.

올해 인수합병 시장 최대어인 만큼 또, 인수가격이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업들 대부분 자금력이 풍부한 CJ, GS, SK, 롯데, 신세계, 애경, 한화 등 대기업들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우선 SK그룹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화하기 전부터 관심을 보여 왔던 데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금융당국과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다는 관측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곳으로 SK그룹을 꼽고 있다.

또 SK그룹은 최근 카타르투자청과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해당 소식이 보도된 이후 SK그룹은 출입기자들에 연락을 취해 ‘사실무근’이라며 재차 인수 가능성이 없음을 밝혔으나, 업계는 SK그룹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어 인수합병 시장에서 비교적 보수적인 GS그룹 역시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한 2곳의 대기업들 모두 정유사업에 진출해 있다. 업계는 정유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 항공사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업의 경우 유류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가 유류비로 지출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유류비로 약 2조 원을 사용했는데, 정유사가 있는 그룹이 아시아나항공사를 인수하게 된다면 정유계열사에 상당한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우 통신계열사도 갖고 있다”며 “항공사 마일리지와 통신사 멤버십이 비슷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만약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통신사 멤버십과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 정유와 통신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계열사가 없는 다른 인수후보 기업에는 경쟁력이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CJ그룹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지난 2018년 기준 2조7500억 원 수준으로 풍부하다. 여기에 최근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하면서 8000억 원을 손에 쥐었다.

일각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CJ그룹은 CJ대한통운이라는 거대 물류회사를 가지고 있다. 만약 CJ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CJ대한통운의 물류산업과 시너지를 통해 세계적 물류회사인 ‘FedEx’(페덱스)와 같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2011년) CJ대한통운이 금호그룹에서 CJ그룹으로 매각됐는데, 당시의 경험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물류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여객기 대비 화물기 비중이 낮아 실제 물류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나 발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롯데그룹의 경우 물류, 유통, 면세점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업계는 호텔, 면세점 등 관광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롯데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력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인수 후보군들 중 가장 실탄이 많다는 점이 부각된다. 지난 2018년 기준 롯데그룹의 현금보유액은 8조5500억 원에 이른다.

한화그룹도 거론된다. 계열사 중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어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도 높은 편이다. 또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은 기존 한화 면세점 사업을 만나 확장될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은 지난해 LCC 에어로케이항공에 160억 원을 투자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전력도 갖고 있다. 지주사 한화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도 3조 원에 가까워 풍부한 편이다.

애경그룹과 신세계도 인수후보로 꼽힌다.

우선 애경그룹의 경우 LCC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업 노하우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LCC 영역에서 대형항공사(FSC)로 확장할 수 있어 벌써부터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입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에서 다른 인수 후보군에 밀리는 모습이다. 애경그룹의 지주사 AK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5114억 원에 그친다.

다만 계열사의 실적 호조로 현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은 눈여겨보고 있다.

신세계 역시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내부적으로 인수를 검토했으며, 2017년 티웨이항공을 2000억 원에 인수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경험이 있다.

항공산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국내 유통업 강자인 만큼 항공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족한 자금력은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 유치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진 전술한 기업 대부분 인수전 참가를 공식화 하는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매각 공고일이 다가오면서 인수 의향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매각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번 공고를 시작으로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9월께 인수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하고 11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해 연내 매각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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