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매운동 여파? 와카메(미역)·덴푸라(튀김) 일본어 제품명에 거부감 표출
한글문화연대 "외국어 특별하다는 인식…청소년층 국어 감수성 떨어트릴 우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식품업계 무분별한 일본어 남용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감을 사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일본제품 불매운동 리스트’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특히 해당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본어 제품명을 사용하는 기업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 상태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국내 기업일지라도 일본색이 강한 제품을 만든다는 이유로 자칫 '친일' 이미지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

일본 정부의 보복성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서 전 국민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지만 한국기업 제품임에도 일본어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매 목록에 넣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소비자들은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 등에서 내놓고 있는 일본식 식품들을 지목해 불만을 표출 중이다.

(출처=옥션 상품 판매 페이지)
(출처=옥션 상품 판매 페이지)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출시한 ‘가쓰오 와카메 우동’을 시작으로 ‘가쓰오 카라이 우동’, ‘가쓰오 덴푸라 우동’ 등 일본어를 그대로 제품명에 사용 중인 사례가 늘고 있다.

‘카라이 우동’의 경우 당초 ‘얼큰 우동’이라는 한국어 이름으로 출시했다가 뒤늦게 ‘카라이 우동’으로 바꾼 사례다. 또한 '튀김 우동'은 '덴푸라 우동'으로 변경됐다.

‘와카메(わかめ)’는 우리말로 ’미역‘, ‘카라이(からい)’는 ‘맵다‧얼얼하다’라는 뜻이다. 두 단어 모두 한국인 대다수가 뜻을 알기 어려운 생소한 단어인데 굳이 일본어로 작명할 필요가 있느냐는 소비자 불만이 나온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일 양국 간의 문제가 벌어지기 이전에 출시한 제품들로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우동의 원조가 일본이기 때문에 고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굳이 일본어를 사용해야 하느냐 불편함과 거부감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향후 물리적으로 제품명 변경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현재는 상황을 신중하게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출처=옥션 상품 판매 페이지)
(출처=옥션 상품 판매 페이지)

풀무원이 선보인 정통 일본식 ‘키츠네 우동’의 ‘키츠네(きつね)’는 ‘여우’를 뜻하는 일본어다. 여우가 유부를 좋아한다는 일본 설화에서 비롯된 단어인데,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2월 출시한 어묵전골요리의 이름도 ‘오뎅나베 가쓰오’라는 일본어로 작명됐다.

동원 역시 면발의 신 시리즈로 ‘돈코츠 라멘’과 ‘카라이 탄탄면’ 등 일본어 명칭을 붙인 제품을 현재 판매 중이다.

이 밖에 편의점CU와 세븐일레븐가 ‘모찌(찹쌀떡)롤’, ‘타마고 산도(계란 샌드위치)’, 가츠 산도(돈가스 샌드위치)를 출시하는 등 유통‧식품업계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제품들이 우후죽순 범람하는 분위기에 ‘과하다, 불편하다’는 불만을 터트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출처=세븐일레븐)
(출처=세븐일레븐)

이들은 한국어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표현이 있음에도 뜻 모를 일본어를 남발하는 것에 몹시 거부감이 든다는 입장이다.

실제 SNS와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뜻도 알 수 없는 일본어가 너무 판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우리말 두고 뭐하는 짓?”, “거부감이 심하다”, “기업들은 제품명을 일본어로 쓰면 뭔가 더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가”, “일본산 재료를 쓴 먹거리라는 뜻인가” 등의 부정적 글들이 대다수다.

한편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국장은 “국내 제품을 굳이 일본어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라며 “우리말을 사용하면 해당 제품의 특징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굳이 낯선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런 방식을 통해 고급성·전문성을 내비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어 “특히 이 같은 상품이나 언어문화 환경에 노출될 경우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바람직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어가 뭔가 더 특별하다는 인식이 심어져 국어에 대한 감수성을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