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 반영해 유통업계 등 日 브랜드 판촉행사 자제
유통, 뷰티, 여행 업계 전반적으로 불매운동 효과 보여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진행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된 지 벌써 한 달여가 흘렀다. 단순히 일본 제품 소비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산 원재료가 들어간 제품부터 일본어가 혼용된 국산제품에 대한 소비까지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점차 세밀하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참여하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권익포럼과 ㈜C&I소비자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10명 중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 중 불참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향후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도 14.8%에 달해 사실상 대부분의 소비자가 일본 제품 사용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보이콧 재팬 현상으로 인한 효과는 각 업계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일본맥주 판매량 대폭 감소

출처=롯데아사히주류.
출처=롯데아사히주류.

4캔에 만 원 행사로 소비량이 급장한 수입맥주. 그 중에서 일본맥주 아사히나 이치방 기린 등은 편의점 및 대형마트에서 인기 품목으로 꼽혔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일본맥주 매출은 전달 같은 기간 보다 38.2%나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의 일본맥주 판매량이 지난달에 비해 15.2% 떨어졌다고 밝혔다.

주요 편의점에서는 8월부터 4캔에 만 원 행사에서 일본 맥주 브랜드를 제외하기로 했다. 이달 들어 편의점 맥주의 판매량은 전달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는데 행사 제외 조치로 일본 맥주 판매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일본 맥주를 행사에서 뺐다고 전했다.

반면, 대형마트 및 편의점의 국산 맥주 판매량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지도 않겠다” 유니클로도 매출 뚝 

패스트리테일링 결산 설명회 당시 임직원 발언에 대한 사과문(출처=유니클로).
패스트리테일링 결산 설명회 당시 임직원 발언에 대한 사과문(출처=유니클로).

유니클로를 찾는 발길도 크게 줄어들었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다. 최근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 결산 설명회에서 한 임원이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솔한 발언을 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더 큰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한 회사 측의 사과도 있었지만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 영향으로 유니클로는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카드 전표 매출은 최근 26% 가량 감소했다. 일부 매장은 매출이 반토막 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일본 브랜드인 데상트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일부 백화점 기준으로 평균 매출이 15% 가량 하락했다.

이외에도 무인양품 등도 불매운동 대상이 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장품 소비도 감소세

키스미 색조화장품.(출처=키스미)
키스미 색조화장품.(출처=올리브영)

일본 화장품도 불매운동을 피해갈 수 없었다.

주요 백화점에서 일본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

A백화점은 에스케이투 제품 매출(이달 1일~25일 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0% 가량 떨어졌다고 했고 시세이도와 슈에무라의 매출도 같은 기간 10% 수준 감소했다고 밝혔다.

B백화점의 경우도 에스케이투 매출은 19.4% 줄었고 시세이도와 슈에무라도 각각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백화점은 일본 화장품 전체 매출이 평균 20% 하락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에스케이투는 1991년 미국 P&G 그룹에 인수됐으나 제품 대다수가 일본에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H&B스토어에서 잘나가던 색조화장품 브랜드 ‘키스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B스토어 A사는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전체 화장품 매출을 분석했다. 그 결과 키스미 브랜드 매출(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매출 분석 결과, 전년 비교치)은 14% 감소했다. 시세이도와 DHC도 각각 15%, 8%씩 감소했다.

■일본 대신 대만, 싱가포르로

단순히 국내에서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본 여행까지도 손절하는 분위기다.

인기 여행지로 꼽히던 ‘일본’은 휴가철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찾았으나 최근에는 비슷한 거리의 다른 노선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휴가는 국내는 ‘제주도’, 해외는 ‘싱가폴’과 ‘대만’ 등의 여행지가 각광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28일까지 4주 간 싱가폴 항공권과 대만 항공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38% 증가하며 동기간 국제선 항공권 평균 매출 성장률(23%)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일본 노선의 경우 전년대비 매출이 38%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항공사들도 일본행 여객기를 축소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한공의 경우 오는 9월 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ㄹ항을 중단하고 다른 일본 노선에도 투입 항고기를 소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 역시 9월 중순부터 인천발 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 투입 항공기를 기존 A330에서 B767·A321 등으로 변경해 좌석 공급을 축소할 계획이다.

앞서 저비용항공사들도 여행객 감소에 따라 일본 노선 운항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여행을 거부하면서 대체 여행지를 찾고 있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근거리 노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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