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단순히 고기뿐만 아니라 우유 등의 유제품, 달걀까지도 먹지 않고 가죽제품이나 동물 실험을 한 제품까지도 멀리한다.

비거니즘은 최근 소비트렌드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음료업계, 패션 및 뷰티업계, 외식과 유통업계까지도 비건의 소비패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 한 비거니즘 열풍에 기자도 관심이 갔다.

일상을 모두 비건으로 바꿀 용기는 아직 없다. 단편적으로나마 비건푸드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싶어 최근에 소규모로 열렸던 한 비건 페스티벌에 몇 가지 음식을 체험해 봤다.

비건푸드 체험이 간헐적으로나마 비건소비로 이어진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찾아간 것이다.

직접 비건푸드를 접하기 전에는 곡류나 나물, 샐러드, 과일정도의 식재료에 올리브오일과 각종 향신료인 바질, 페퍼민트 등으로 양념한 음식들을 떠올렸다.

막상 비건 페스티벌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디저트와 화려한 음식들에 넋을 놓았다. 생각보다 음식 선택의 폭이 매우 넓었다.

무지에서 오는 기자의 편협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순간이었다.

비건을 위한 음식을 넘어 의류, 액세서리, 생활용품, 화장품까지 너무나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 부분도 기자가 놀란 부분이다.

이번 비건 페스티벌의 방문 목적은 ‘음식’이기 때문에 일단 먹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진=송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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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애정하는 밀크티를 집어 들었다.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것이 포인트다. 밀크티뿐 아니라 먹음직한 비건 디저트들이 눈에 띄었다.

얼그레이 파운드, 안 살수 없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스트로베리 케이크, 브라우니, 코코넛버터 스콘 등 다양한 디저트와 베이커리가 준비돼 있었으나 다음 음식을 위해 끓어오르는 욕심을 가까스로 눌렀다.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한 베이커리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물었다. 계란과 버터, 우유를 대신해 순수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지는 자연식 비건 디저트라고 한다.

사진=송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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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깃은 햄버거다. 비건들의 햄버거는 어떤 맛인지,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종류는 3가지였다. 더블패티 햄버거와 치즈버거, 버섯버거가 그 주인공이다. 패티 1장과 치즈가 1장 들어가 있다는 치즈버거를 주문했다.

패티는 현미와 콩, 버섯 등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치즈는 코코넛이 베이스라고 하는데 맛이 무척 궁금했다.

얼른 맛보기 위해 식사가 가능한 테이블에 구매한 음식들을 펼쳤다.

출처=송수연 기자.
출처=송수연 기자.

허기졌던 터라 햄버거를 먼저 집어 들었다. 겉보기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햄버거와 동일하다.

그렇다면 맛은?

나쁘지 않다. 소고기 패티가 주는 육즙과 식감, 불향은 없지만 대신 속을 채우고 있는 식물성 패티가 나쁘지 않았다. 치즈 역시 입에 착 붙는 동물성 치즈와는 차이가 있지만 충분히 이 식물성 햄버거의 맛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약간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소스가 참 맛있었다.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행사에 함께 참여해 준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평소에 먹던 고기 패티를 그리워하는 모양새였다. 코코넛 치즈도 일반 치즈를 대체하기에는 맛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먹어 본 밀크티와 얼그레이 파운드는 우리 부부에게 호평을 받았다.

밀크티에서 향긋한 홍차와 두유 향이 동시에 올라왔다. 꽤 조화로웠다. 향만큼이나 맛도 썩 좋았다.

얼그레이 파운드는 쫀득하고 찰 졌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윤기도 상당했고 퍽퍽하지 않고 쫀쫀한 텍스처가 만족스러웠다.

입안에 스멀스멀 감도는 얼그레이 향도 어찌나 좋던지, 앉은 자리에서 5개는 기본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자는 이 3가지 음식이 기본적으로 모두 마음에 들었기에 몇 가지 더 도전하고 싶었다.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그래서 이번에는 치킨 스틱과 계란프라이를 주문해 봤다. 이 두 가지도 모두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졌다고 했다.

치킨 스틱에 대해서는 두부와 콩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었고 계란프라이는 녹두가 주재료며 가운데 노른자는 단호박으로 색을 낸 것이라고 했다.

치킨 스틱은 정말 묘했다. 정말 닭고기 특유의 결이 느껴졌다. 단 1%의 닭고기 없이 이러한 식감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씹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 익히 먹는 치킨과 식감이 매우 흡사했다.

기본적으로 간이 되어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닭고기의 맛이 난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사진=송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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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프라이는 간이 좀 덜된 녹두전 같은 느낌이 났다. 확실히 계란은 아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계란프라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판매하지는않는다.

두 음식을 스리라차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 맛이 좋았다.

이외에도 핫도그나 파스타, 스시 등 다양한 음식들을 눈으로 즐겼다. 참석한 많은 방문객들도 가족과 친구와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이날의 이 경험으로 나는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 캠페인 참여를 다짐했다.

스스로 고기 없는 월요일을 선택한 배경은, 비거니즘은 나 개인만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랄까.

누군가의 작의 실천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2주째 고기 없는 월요일을 살고 있다. 현재는 고기만 먹지 않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유제품까지 확장해 볼 생각이다.

내년에는 조금 더 큰 규모의 비건 페스티벌에도 참여할 계획도 있다. 벌써 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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