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태평양을 건너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까지 미국에서 1500여명의 중증 폐손상자와 3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했으며, 미국 정부는 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지난 23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폐 손상과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이라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며 청소년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은 11월까지 유해성분 분석을 완료할 예정이며, 환경부 등은 니코틴액 수입 및 판매업자 등에 대해 화학물질관리법 관련 단속을 강화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출처=pixabay)
액상형 전자담배(출처=pixabay)

신속한 정부의 대처를 보며 문득 안타까운 사건이 떠올랐다.

8년여 전인 2011년 5월 우리나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 환자들이 속출했다. 환자든 대부분 산모와 영·유아였다.

의료기관의 신고로 역학 조사를 실시한 정부는 피해자들의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살균제 판매 중단 및 수거 명령을 내렸다.

2012년에서야 인체 독성이 최종 확인됐다.

멀쩡하던 아이는 산소통을 달지 않으면 평생을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피해자는 수백명에 이르렀고 사망자도 100여명에 달했다.

원인이 밝혀졌고, 피해자가 있으되 책임을 질 사람이 없었다. 누구 하나 잘 한 사람이 없으니 서로 면피하기에만 바빴다. 그렇게 8년이 흐른 지금도 책임자를 찾는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매일 들이마시는 숨에 넣을 독약을 누구는 만들었고, 누구는 팔았다. 이들이 만들고 파는 동안 유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무튼 이런 일들을 막아야 할 사람들은 이를 막지 못했다.

반면 이번 액상형 전자담배 문제를 두고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보건당국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고 이후 편의점 업계는 가장 먼저 나서 판매 중단에 나섰다. 여기에 대형마트가 합세를 하고, 면세점들도 모두 힘을 합쳤다. 제조사도 사실상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손을 뗀 이유가 비단 순수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칭찬하고 싶다.

이들이 단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면죄부를 받을 목적이든, 경쟁사의 결심으로 여론을 의식한 것이든, 발주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든 상관없다.

각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있을텐데 어쨌든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이를 포기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삶은 편해졌으나, 언제 어떻게 생명에 위협을 받을지 모르는 세상이다. 가습기살균제에서 보았듯 생명과 건강은 두 번이 없고, 나중도 없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이익에 앞서 국민의 생명을 위하는 일에 동참했다는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아직까지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면 당장 사용을 중지할 것을 거듭 권고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