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가 국내 금융지주사 중 최초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약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발행주식수의 0.55%이며, 소각 예정일은 이번달 12일이다.

소각 대상 자사주는 KB금융지주가 이미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2848만 주 중 일부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업계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한 이래 현재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

출처=KB금융지주
출처=KB금융지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정책이라기 보단 주가 방어를 위한 단기 수급 호재 또는 자회사 추가 지분 확보용 등으로 퇴색돼 온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최근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과정에서 형성된 은행권의 자사주 소각에 대한 시장의 기대까지 있던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해석된다.

NH투자증권 조보람 연구원은 “이번 소각 결정은 적극적이고 다양한 자본정책을 시도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면서 “적정 수준의 현금배당 포함, 향후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 추가적 M&A 통한 비은행 자산 확대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은경완 연구원 “KB금융지주의 자사주 소각은 진정한 주주환원 정책이면서 동시에 투자심리 환기 및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을 열어준 이벤트”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자본력 높은 시중은행의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지방은행의 자사주 매입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기 보유 자사주 1조2000억 원 대비 소각 규모가 1000억 원에 그친 점은 다소 아쉽다”면서도 “이번 소각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각을 시작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저금리, 저성장인 현재, 은행의 성장성 한계 및 수익성 개선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9월말 BIS총자본비율이 15% 이상이고, 보통주자본비율은 14%를 크게 상회하는 등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어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한 차원 높은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본비율 산출 시 보유중인 자사주는 이미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자사주 소각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호주, 대만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경우 자사주 소각이 일반화돼 있으나, 이번 KB금융지주의 소각은 국내 은행지주회사 중 최초다.

실제 2018년 기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미국이 100% 수준을 상회하고, 호주, 대만도 60~70% 수준에 달하는데 반해 국내 은행지주회사들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은 한국 은행주들의 투자매력도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 비용 안정화, 수익성 개선, 선제적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 등을 재무적 안정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견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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