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의료 자문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회장 조연행)은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삭감할 목적으로 환자를 보지도 않은 보험사 자문의 소견을 활용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금소연은 개별 보험사 자문의 제도를 폐지하거나, 공동풀(Pool)제를 운영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22개 생명보험사와 14개 손해보험사가 38만523건의 의료자문을 했으며, 이중 38.2%가 보험금을 부지급하거나 삭감 지급해 소비자의 민원 발생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17일, 김모 씨는 광주대구고속도로 사치 터널에서 연료 부족으로 정차된 차량을 발견했다. 김 씨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 안전 조치를 취하며 차량을 밀어 이동시키고 있는데, 덤프트럭 한 대가 김 씨를 덮쳤다.

 

사고 여파로 왼쪽 팔과 다리에 심각한 장해를 입은 김 씨는 가입했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자문 결과 '근력 등급을 고려할 때 능동적 관절 가동범위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이는 1년 넘게 휠체어를 타며 병원 생활 중인 김 씨를 단 한 번도 대면하지 않은 익명의 자문의 소견이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사는 김모 씨는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손과 발에 영구장해를 얻었다.

 

보험사에 장해진단서를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진단서상의 장해율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금 삭감을 통보했다.

 

사고 이후 생계가 무너지고 가족과 헤어지게 된 김 씨는 보험사 의료자문의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와 같이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악용해 보험금 삭감 또는 부지급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지난 3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의료자문의는 환자의 개인정보인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들여다보지만, 환자는 보험사 의료자문의의 이름조차 알 수 없다.

자문의 증언에 따르면 환자를 보지도 않고 기록만으로 발행한 ‘의료자문 소견서’는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없는 예비서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금 삭감 또는 부지급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 보험, 손해보험(출처=PIXABAY)
자동차, 사고, 보험, 손해보험(출처=PIXABAY)

금소연 관계자는 "보험사 의료자문서는 '결론이 거의 다 맞춰진 것', '답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일 뿐"이라며 "이러한 불투명하고 부실한 의료자문서를 보험금 부지금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소연은 “공정해야 할 자문의사들이 보험사가 주는 수당에 눈이 멀어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적어주는 소견서 때문에 선량한 보험소비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를 감독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편이 돼 복지부동하니 보험 소비자들이 믿을 곳은 없다”면서 “하루 빨리 공정하고 합당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는 자문의와 손해사정제도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