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과류 업계가 지난 4년여간 담합을 통해 아이스크림 가격 상승을 초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의 기간 동안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아이스크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 및 3개 유통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50억4500만 원을 부과했다.

해당 빙과류 제조·판매사는 롯데지주 주식회사, 롯데제과 주식회사, 롯데푸드 주식회사, 주식회사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주식회사 등 5개사이며, 유통사업자는 주식회사 삼정물류, 주식회사 태정유통, 주식회사 한미유통 등 3개사다.

이 중 주식회사 빙그레, 롯데푸드 주식회사 등 2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스크림(출처=PIXABAY)
아이스크림(출처=PIXABAY)

국내 아이스크림 유통은 '시판 채널(소매점)'과 '유통 채널(대형 유통업체)'로 나뉜다. 유통 채널에는 편의점·SSM·대형마트 등이 포함된다.

시판 채널의 경우 1개 소매점이 1개 제조사 또는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제조사 또는 대리점의 전용 냉장고를 대여해 제품을 진열·판매했다. 제조사들은 경쟁사 대비 낮은 납품가격(높은 지원율)을 제시해 거래처를 늘리기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유통 채널의 경우 할인 행사, 덤증정(2+1) 등을 통해 낮은 납품가격을 제시하고 자사의 제품을 대량으로 매입하도록 유도한다.

담합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6년 당시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감소, 동네슈퍼 등 소매점 감소 추세 등에 따라 매출 확보를 위해로 납품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제조사의 수익성도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롯데제과(담합중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분할),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4개 제조사들은 2016년 2월 15일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기본 합의를 시작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담합에 나선다.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

2016년 2월경 4개 제조사들은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는 영업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4개 제조사들이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 2017년 87개, 2018년 47개, 2019년 29개로 급감했다. 4개 제조사들 간 납품가격 경쟁(높은 지원율 제시)도 제한됐다.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제한 합의

2017년 초 4개 제조사들은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아이스크림 할인점 포함)에 대해서는 76%, 대리점에 대해서는 8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소매점 또는 대리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직접적으로 방지하는 담합이었다.

■편의점·SSM·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대상 납품가격·판매가격 인상 합의

2017년 8월에는 4개 제조사들은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편의점이 수취하는 마진을 낮추면서 납품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또한 편의점이 실시하는 할인·덤증정(2+1) 등 판촉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를 3~5개로 축소하기로 합의한다.

■ 시판채널, 판매가격 인상 합의

2017년 4월경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거북알, 빠삐코(롯데푸드), 폴라포․탱크보이(해태제과식품) 등 튜브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1월경 4개 제조사들이 티코(롯데제과),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투게더(빙그레), 호두마루홈(해태제과식품) 등 홈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할인없이 4500원으로 고정(정찰제)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10월경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유통채널 제품가격 인상 합의

4개 제조사는 대형마트 및 SSM을 대상으로 2017년 8월경 콘류·샌드류 판매가격은 700원, 바류 판매가격은 400원, 튜브류 판매가격은 600원, 홈류 판매가격은 3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2019년 8월경 모든 유형의 아이스크림 제품의 판매가격을 최대 20% 일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편의점에 대해서는 2019년 1월경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과 붕어싸만코(빙그레) 등 샌드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발주 빙과류 구매입찰 담합

4개 제조사들은 현대자동차가 2017~2020년에 걸쳐 실시한 4차례 아이스크림 구매 입찰에서 서로 낙찰순번을 합의했다.

그 결과 2017~2019년 3차례 입찰에서 매 입찰마다 3개 제조사가 낙찰 받아 총 14억 원 어치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공정위는 "과거 2007년 가격담합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차 발생한 담합"이라면서 "거액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조치 함으로써 향후 시장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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